전동킥보드 헬멧 착용의무화 모범답안인가?

바이크조선

입력 : 2021.07.05 10:00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이 작년 12월 개정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전동킥보드 관련법은 사회의 뜨거운 관심속에 또 다시 개정을 거쳤다.

여러 가지 항목이 바뀌었지만 가장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나 ‘헬멧 착용 의무화’다.

자전거도 헬멧 착용이 의무화 된지 몇 년이 흘렀지만, 전동킥보드로 대변되는 PM(퍼스널모빌리티)을 과녁으로 변경된 새로운 법안은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헬멧을 미착용할 경우 2만원이라는 실제 처벌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전동킥보드 헬멧 착용의무화 모범답안인가?
사실 새로 바뀐 법안의 내용을 찬찬이 살펴보면 대다수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선례로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항목이 주를 이룬다. 음주운전, 무면허운행, 보행자 사고시의 처벌 등 대다수의 항목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전동킥보드 사용자도, 업체도 이를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헬멧 착용 의무화는 이야기가 다르다.

법안이 개정된 후 가장 크게 탄식하고 있는 곳은 역시나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다. 과거 자전거헬멧 의무화가 시행되었을 때 역시 공유자전거 업체들의 우려가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바 있다. 자전거의 경우 처벌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수준의 미봉책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전동킥보드는 바로 처벌규정이 도입되는 급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물론, 전동킥보드를 유통하는 업체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로 인한 사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됨은 당연지사다. 공유 전동킥보드라는 것이 원래 탈 마음이 없다가도 근거리를 이동할 일이 생겼을 때 눈에 띄면 타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을 고려해 헬멧을 상시 지참하고 다닐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며 미착용시 과태료까지 물게 된다는데 선뜻 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렇게까지 부득불 헬멧을 씌우려는 의도는 바로 탑승자의 안전이라는 명분이다. 자전거의 통계로 볼 때, 사고시 사망자의 상당수가 두부외상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통계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러한 근거를 전동킥보드에도 적용시키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조치로 사고시 사망률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것만으로 사고율 자체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사고 예방’과 ‘사망률 감소’. 두 단어만으로도 느껴지는 무게는 다르다. 헬멧 착용 강제를 통한 사망률 감소보다 근본적인 조치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더 포괄적 개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정책의 방향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사망사고를 줄이는데 크게 의미가 없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선례에서는 상당수다. 전동킥보드 단독으로는 아직 충분한 표본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자전거(전기자전거 포함)와 전동킥보드는 속도나 일반적인 주행거리 등 많은 부분에서 유사점이 있기 때문에 자전거의 예시를 통해서도 의미 있는 추론이 가능하다.

	<표1> 출처 : 각 OECD 가입국 통계기관
<표1> 출처 : 각 OECD 가입국 통계기관
(표1)은 전세계 헬멧 착용자의 비율 대비 사망자 비율이다. 미국의 헬멧 착용자 비율은 50%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지만, 사망자 수 역시 그에 비등한 모습이다. 하지만 헬멧 착용자의 비율이 가장 낮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경우 사망자가 현저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헬멧의 착용 비율이 높은 것만으로 사망사고의 비율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표2> 미국(캘리포니아)의 전기자전거 규정
<표2> 미국(캘리포니아)의 전기자전거 규정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표2) 미국(캘리포니아)의 특별히 관대한 전기자전거 속도제한이 눈에 띈다. 전기자전거의 제한속도는 환산하면 시속 32km에 달하는데, 이로 인한 과속으로 발생하는 단독사고율이 높은 점, 과속 전기자전거가 차량과 충돌했을 때 사망률이 높은 점이 미국의 헬멧 착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율이 높은 이유라고 표를 통해 추측 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시속 25km로 제한이 걸려있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자전거의 운송수단 대체율이 굉장히 높은 국가인 만큼 자전거 인프라가 잘 발달되어 있는 점, 자동차와 자전거 상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수치라고 판단 할 수 있다.

	<표3> 독일의 자전거 / 전기자전거 사고상대 (출처:독일보험협회)
<표3> 독일의 자전거 / 전기자전거 사고상대 (출처:독일보험협회)
그렇다면 헬멧 착용보다 우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자전거와 전기자전거를 막론하고 자전거를 포함한 PM 등 이륜차가 가장 많이 충돌하는 대상은 바로 자동차다. (표3)은 독일의 자전거 사고 상대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독일 보험협회에서 9만건에 달하는 자전거 사고사례를 취합한 자료로, 여기서 확인 할 수 있는 결과는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표가 시사하는 바는 전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자전거가 가장 자주 맞닥뜨리는 사고 상대는 자동차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표를 근거로 자동차에게 교통약자 보호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동차와 사고는 났을지언정 누가 가해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자동차와 PM 간 서로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표4> 우리나라의 자전거/전기자전거 사고상대(출처:한국교통연구원)
<표4> 우리나라의 자전거/전기자전거 사고상대(출처: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법을 모르는 그들

개정 전까지 청소년부터 20대까지가 주로 이용하는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과 안전운행에 대한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지난 몇 년간 급작스레 도로로 난입한 전동킥보드의 주행성격을 자동차 운전자들이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를 보호해야 할 대상보다는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사회적 배경으로 미뤄볼 때 우리나라는 자동차 위주로 도로가 형성되어왔고, 도로는 자동차만의 것이라는 운전자들의 인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자전거와도 반목이 심했는데, 전동킥보드는 오죽하겠나.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의 대책 없는 주행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2인이 함께 타는 것은 기본, 도로를 가로지르거나 심지어는 역주행하는 모습도 종종 볼수 있다. 이렇게 전동킥보드의 과실로 자동차와 사고가 발생해도 자동차는 법적,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사회적으로 문제제기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간 지속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시대변화에 따라 도로로 새로이 진입한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고, PM 사용자들은 도로로 진입하기 전 도로교통법과 도로위의 예절을 숙지해야 한다.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치명율을 낮출 수는 있을지 언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는 효과를 볼 수 없다. 현실성이 없을뿐더러 이미 크게 확장된 시장의 발목을 잡고 사용자 불편을 가속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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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고의 주원인,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전동킥보드의 기계적 특성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와 달리 휠 사이즈가 굉장히 작다. 일반적으로 큰 것이 10인치에 불과하다. 더 작으면 작아졌지 12인치 이상으로 커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휠사이즈가 이렇게 작아지면 생기는 문제는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휠사이즈가 작은 만큼 노면에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바퀴사이즈가 크면 클수록 장애물을 밟았을 때 돌파하기 쉬운데, 전동킥보드는 낮은 턱에도 취약한 작은 휠사이즈를 지닌데다가 서서 타는 특성상 무게중심이 위로 쏠려있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장애물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단독사고가 부지기수다. 또 구조상 조향이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장애물에 대처하기 어려운 점도 위험요소다.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도로위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전동킥보드의 기계적 특성을 숙지하고 타는 것이 좋지만, 현재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탑승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카테고리 세분화 필요하다

나아가 자전거와 각종 PM을 카테고리별로 세분화 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현재까지 어떤 법도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을 세분화 하여 구분 짓지 않고 있다. 사실상 자전거는 로드바이크, MTB, 미니벨로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주행성향은 완전히 판이하다.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역시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지만 전기라는 미명아래 25km라는 속도제한으로 모두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모두 도로로 쏟아져 나오는 현재, 자전거나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각자 불편함을 토로하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크다. 전동킥보드 중에서도 작은 6인치 급 타이어를 지닌 것들은 기계적 특성에 대해 언급했듯이 장애물에 대한 대응력이 아주 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휠을 가진 전동킥보드를 다른 전동킥보드들과 동일시하며 도로로만 다니라고 하는 것은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물가에 내놓는 격이다. 이런 작은 휠 전동킥보드는 제한된 속도미만으로 보도 이용을 허용해준다든지, 특정 도로에 진입을 제한한다든지 하는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

교통, 의무교육과정에 도입 시급

초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기억하는 교통관련 교육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 불일 때 손을 들고 건너야 한다는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전무하다. 기자 외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가 청소년기를 거치고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야 도로교통법에 대해 그나마 조금 알게 될 뿐이다. 면허를 따고 나서도 도로교통법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

한편 킥보드(일명 씽씽이)나 자전거를 통해 ‘탈것’을 접하는 어린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접할 수 있는 새로운 PM은 계속해서 새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위험천만한 라이딩으로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이를 제대로 계도할만한 사회적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수단으로의 도로교통법 교육보다는 실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정식교과 수준의 교육 도입이 시급하다. 새로운 탈것이 등장하면 부랴부랴 졸속법안을 내놓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차피 자동차든 자전거든 전동킥보드든 모든 탈것은 도로를 통하도록 되어있으니 도로위의 법을 제대로 숙지시키는 것이 백번 천번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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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강제해서 얻는 이득도 분명히 있지만…

물론 헬멧을 강제하는 입장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거의 유일한 보호장구인 헬멧만이 정답처럼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간다.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PM 모두가 헬멧을 꼬박꼬박 착용하고 다닌다면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당장 사고의 치명율도 감소하겠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공유 전동킥보드 시장은 크나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불편함은 그간 전동킥보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벼룩 잡느라 초가삼간 태우는 꼴로, 이런 결과는 사고를 방지한다는 목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용자의 경우 헬멧을 지참할 일이 없고, 과거 따릉이의 선례가 있듯이 헬멧을 대여하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또 앞서 소개했듯이 헬멧 착용이 무조건적으로 사망사고를 줄여주는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방식이 아니다. 혹자는 자동차의 안전벨트와 오토바이의 헬멧을 여기에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각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자전거와 PM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과 인식의 개선이다. 이것들이 바로 자전거와 PM의 안전벨트와 헬멧이 되어 줄 것이다.

최웅섭 팀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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