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분위기가 한적해 자전거 여행의 최적지로 꼽는다. 하지만 연륙교가 설치된 섬은 우선순위에서 제외된다. 수시로 차량이 운행, 상대적으로 사고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선박이 유일한 접근 수단인 섬은 대부분 배 시간에 맞춰 차량이 움직인다. 이 잠깐의 러시아워만 피하면 느긋하게 도로를 주행하며 유람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섬 여행은 자유롭게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차비를 준비할 필요 없다. 가고 싶은 곳까지 두 바퀴를 굴려서 이동하면 그만이다. 야영장비와 취사도구를 싣고 다니면 잠자리와 식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여유롭게 페달을 돌리며 아름다운 풍경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은 온전히 섬으로만 이루어진 지역이다. 관내에 총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이는 전국 섬의 4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도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압해도, 지도, 증도 등 여러 섬이 연륙교로 연결되어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섬이 배를 이용해야 건너갈 수 있는 ‘진짜’ 섬이다.

튤립축제 끝나도 꽃은 있다!
임자도는 신안군 북서쪽 끝에 위치한 39.2㎢ 면적의 섬으로 서울 강남구와 비슷한 크기다. 자연산 깨가 많이 나서 임자(荏子, 깨)섬으로 불린다. 신안의 대표적인 새우, 민어의 산지로, 대파를 많이 재배하며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도 많다. 이곳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시작한 ‘튤립축제’ 덕분이다. 지난 4월에도 튤립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섬을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5월 초, 인파가 빠져나가 다시 조용해진 임자도를 자전거로 찾았다.

진리선착장에 도착해 차량이 빠져나가기를 잠시 기다렸다. 자전거 투어링은 무조건 차를 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면소재지 부근의 식당. 투어링 중에는 취사가 쉽지 않아 일단 점심을 사 먹기로 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았다. ‘면민의 날’ 행사 때문에 주민들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다행히 대광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중국집을 찾아 허겁지겁 허기를 때웠다.

먼저 토굴새우젓의 산지로 유명한 최북단의 전장포로 향했다. 섬 동북쪽은 지형이 평탄해 염전과 논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길이 곧고 밋밋해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샛길을 따라 염전 가운데로 질러 들어갔다. 비포장길 옆으로 나무로 지은 소금창고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뒤로는 바닷물이 들어찬 검은 염전들이 화려하게 빛났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염전에서 비지땀을 흘렸다.

도로를 만나 속도를 올렸다. 전장포가 가까워지자 갈매기 떼가 원을 그리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포구에 정박해 배에서 크레인으로 새우를 내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짭짜름한 기운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바다가 보이는 새우젓판매소 앞의 정자에 드러누워 잠시 숨을 돌렸다. 바람에 땀이 식을 즈음 일행들이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부터 자전거 유람을 위해 서두르다 보니 피곤했던 모양이다.

짧고 달콤한 오수를 즐기고, 전장포 새우젓토굴을 돌아보기 위해 마을 뒤편으로 이동했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들어가니, 작은 산 아래 100m 남짓한 길이의 토굴 4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밴댕이젓이나 황석어젓을 발효시킨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어 굴 속은 구경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