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1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0.13 13:48 | 수정 : 2014.11.11 16:36

보다 편안하게 즐기는 고속질주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1

로드바이크 전성시대다. 이제 무조건적인 속도에만 집착하지 말고 어떤 성향의 모델이 내게 적합한지 한 번쯤 고민해 볼 시기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편안한 승차감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로드바이크의 한 장르로,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편해졌다고 달리기 성능에서 손해보는 것은 아닐까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편안하면서도 여전히 빠른 로드바이크, 그래서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그것이 ‘참’ 알고 싶다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시작

고속질주가 본능인 로드바이크. 빠른 속도에 유리한 요소를 갖출수록 로드바이크는 편안함이나 승차감과는 멀어졌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자칫 속도에 치우쳐 놓치기 쉬운 승차감과 내구성에 주목했다. 인듀어런스(Endurance; 내구성, 지구력)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거친 코블스톤을 포함해 257㎞를 달려야하는 극한의 레이스인 파리-루베 경기
거친 코블스톤을 포함해 257㎞를 달려야하는 극한의 레이스인 파리-루베 경기

로드바이크를 즐기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승차감이다. 달리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전거의 무게는 줄이고 프레임 강성은 높여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페달링 효율을 극대화시키고 무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단하고 가볍게 진화한 로드바이크는 빨라질수록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단단한 프레임일수록 충격 흡수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깨끗하게 잘 닦인 도로라 해도, 주행 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 자전거와 몸에 누적되고, 특히 장거리 주행을 하게 될 경우 그 피로감이 확연히 느껴진다. 인듀어런스 바이크는 이러한 로드바이크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탄생했다.

MTB처럼 로드바이크 역시 다양한 장르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레이싱을 위한 컴페티션(Competition), 평지 전력질주를 위한 타임트라이얼(Time-trial), 벨로드롬 전용이면서 픽시의 원조가 된 트랙(Track), 거친 노면과 장애물을 달리고 넘는 사이클로크로스(Cyclocross), 빠른 속도와 함께 부드러운 승차감도 놓치지 않는 인듀어런스(Endurance) 등이다.

인듀어런스 라이딩의 시작, 파리-루배 경기

인듀어런스 장르는 프랑스의 한 경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파리-루베(Paris-Roubaix) 경기다. 1896년 처음 열린 파리-루베 경기는 파리의 외곽 도시인 콩피에뉴에서 루베까지 257㎞를 하루에 달리는 원데이 레이스로, 특히 그중 코블스톤(cobble stone, 자갈길) 구간은 주먹보다 큰 돌로 포장된 노면이 상징과도 같이 남아있다. 전반적으로 평지 코스인 파리-루베가 유명해진 것도 코블스톤 때문이다.


	오메가 팔마 퀵스텝 톰 보넨이 루베를 타고 역주하고 있다.
오메가 팔마 퀵스텝 톰 보넨이 루베를 타고 역주하고 있다.

파리-루베 중 코블스톤 구간은 약 50㎞에 이른다. 큼지막한 돌덩이로 포장된 코블스톤은 중세시대에 우천 시 마차 바퀴가 진흙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돌과 흙의 포장도로였다. 그러나 포장도로라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과거의’ 포장도로일 뿐 지금은 정리된 비포장도로보다 더 험하다고 할 수 있다. 돌 사이로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돌과 돌 사이가 벌어져 있으며 높낮이 또한 일정하지 않아 자전거가 달리기에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코스의 악명으로 오히려 인기를 끌며 파리-루베 경기는 3대 투어에 버금가는 인기와 명성을 얻으며 100년이 넘도록 열리고 있다.


	올해 우승자는 오메가 팔마 퀵스텝의 니키 테르프스트라. 우승자에게는 실제로 코블스톤 트로피가 주어진다.
올해 우승자는 오메가 팔마 퀵스텝의 니키 테르프스트라. 우승자에게는 실제로 코블스톤 트로피가 주어진다.

올해까지 112번의 대회가 진행되면서 그간 자전거 업계는 이 험난한 코스를 어떻게 하면 보다 손쉽게 달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UCI의 규제가 있기 전에는 적합한 서스펜션 장비를 고안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로드바이크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자 각 회사들은 규정 내에서의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서벨로처럼 얇은 시트스테이와 긴 헤드튜브, 두꺼운 체인스테이를 이용하는 등 프레임 자체의 구조 변경을 통해 파리-루베를 공략하기 시작한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스페셜라이즈드처럼 ‘저츠(Zerts)’라는 충격흡수용 삽입물을 통해 효과를 본 브랜드도 등장한다.

그것 ‘도’ 알고 싶다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특징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을 감소시키는 기술은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빨리 달려야하는 로드바이크에 이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디자인, 강성, 무게, 승차감이 조화를 이뤄야하는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내에서는 아직 인듀어런스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다. 상급자는 물론, 중급자, 초보자, 입문자들도 일단은 레이싱을 위한 컴페티션 바이크에 더 관심을 갖는 편이다. 빠른 속도를 위한 로드바이크를 선택하려는 입장을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은 아닐 수도 있지만, 로드바이크의 다양한 장르와 장르별 특성을 더 잘 이해한다면 더 현명하고 적합한 자전거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알아보자. 인듀어런스 바이크는 어떤 특징을 지니며, 이는 또 어떤 효과를 가져 올까?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지오메트리

기본적으로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컴페티션 모델과 비교해 휠베이스가 더 길다. 휠베이스란 앞뒤 바퀴 중심간의 거리를 말하며, 이 거리가 길어진다는 것은 주행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핸들바를 기점으로 잡을 때 후미가 길어져 민첩성이 떨어지고, 자세가 높아져 편안해지면 공기저항을 조금 더 받을 수도 있다.


	전형적인 컴페티션 모델인 메리다 스컬트라(아래 그림 왼쪽)의 지오메트리와 인듀러런스 모델인 메리다 라이드의 지오메트리(아래 그림 오른쪽). 수치상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전형적인 컴페티션 모델인 메리다 스컬트라(아래 그림 왼쪽)의 지오메트리와 인듀러런스 모델인 메리다 라이드의 지오메트리(아래 그림 오른쪽). 수치상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포크 또한 길게 뽑는 것이 특징이다. 포크 레이크(포크의 스티어러 튜브 연장선과 앞 허브가 맞물리는 중심 간의 거리. 포크 오프셋이라고도 한다)가 작을수록 핸들링은 민첩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 포크레이크가 클 경우 민첩성은 떨어지지만 안정감을 준다.

또한 자세의 안정화를 위해 헤드튜브를 조금 더 길게 만들고, 헤드튜브 각도는 낮춘다. 조향성을 확보하고 튼튼하고 두꺼운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휠 클리어런스가 넉넉한 것도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엘라스토머의 사용

엘라스토머(탄성을 지닌 고분자 물질)의 도입은 스페셜라이즈드 루베의 탄생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카본 이전의 알루미늄 시대로 돌아가 보자. 파리-루베 경기를 필두로 한 ‘거친 레이스’와 알루미늄 프레임 이상의 높은 승차감과 편안한 라이딩을 바라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알루미늄 포크와 시트스테이에 엘라스토머(스페셜라이즈드의 명칭은 저츠-Zertz)를 삽입,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루베’를 2004년 발표한다. 2004년에는 프로토타입이 선보였고, 이후 2007년 대회에 첫 등장했으며 2011년부터는 카본 프레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루베의 이름은 파리-루베에서 따왔다. 그렇다면 저츠를 도입한 루베의 성적은 어땠을까.

루베는 2008, 2009, 2010, 2012년, 그리고 올해 2014년의 파리-루베를 제패해 사실상 대회를 평정했다. 저츠는 노면의 잔 진동을 감소시켜 몸에 전해지는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쉬운 점은 이 저츠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해 스페셜라이즈드는 함구하고 있다. 저츠는 포크와 시트스테이, 시트포스트에 적용된다.

트렉 역시 엘라스토머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라인업인 도마니에는 아이소스피드 디커플러(IsoSpeed decoupler)가 적용된다. 시트튜브와 프레임을 분리시켜 얻은 높은 변형력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페달링 효율성은 그대로 살리며 수직 변형은 줄여 주행성능을 유지한다.


	스페셜라이즈드가 개발한 저츠의 도입은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트렉이 아이소스피드를 선보이며 엘라스토머는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스페셜라이즈드가 개발한 저츠의 도입은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트렉이 아이소스피드를 선보이며 엘라스토머는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프레임 소재의 발달

크롬몰리브덴강(이하 크롬몰리)은 비중이 높고 강도가 뛰어나 오랫동안 사용된 프레임 소재다. 특히 비틀림 인장강도가 커서 탄성이 좋아 크롬몰리가 로드바이크의 주류를 이룰 무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흡수 능력이 훌륭해 인듀어런스와 컴페티션이라는 장르를 나눌 일이 없었다.

90년대 들어 알루미늄이 로드바이크 소재로 각광받으며 자전거의 무게는 크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빠른 응답성을 바탕으로 한 알루미늄 바이크는 라이딩 환경이 점차 잘 포장된 길로 변화하자 각광을 받는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가져온다. 카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각 브랜드는 고유의 카본 기술력을 개발했고 이는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각 브랜드는 고유의 카본 기술력을 개발했고 이는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알루미늄 이후 카본 소재가 등장하면서 충격흡수에 대한 놀라운 발전이 이뤄진다. 소재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충격흡수력을 지닌 카본은 가벼운데다 디자인 자유도까지 높아 속도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했다. 이는 속도를 위한 디자인 외에도 충격흡수를 원활하게 하는 디자인도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충격흡수를 위한 다각형태, 두께 또한 카본 소재로 그 한계를 모르고 뻗어나갔다.

용품, 부품을 활용한 충격·진동 흡수

인듀어런스 바이크의 가장 큰 특징은 프레임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용품과 부품이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용/부품을 활용해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휠을 살펴보자. 탄성지수가 높은 스포크를 사용하면 보다 나은 승차감을 얻을 수 있다. 휠은 스포크 개수의 영향도 받지만 패턴 또한 휠의 성격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충격흡수력을 높이려면 스포크 패턴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단, 탄성이 높은 스포크를 고집할 경우 주행에 필요한 동력의 손실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휠은 충격흡수보다는 페달링으로 발생한 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주목적인 부품이다. 휠의 강성과 탄성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통상 컴페티션 로드바이크보다 더 넓은 25C 이상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는 통상 컴페티션 로드바이크보다 더 넓은 25C 이상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타이어는 어떨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로드바이크 타이어의 규격은 700×23C다. 인듀어런스 바이크는 23C를 장착하는 모델도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25C 타이어를 장착해 판매되고 있다. 더 두꺼운 타이어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노면과의 접지력을 높여 속도감은 떨어져도 안정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휠 클리어런스가 더 넓은 모델의 경우, 타이어 두께를 더 넓게 사용할 수도 있다.


	바테이프 역시 진동 감소 역할을 한다. 바테이프의 소재와 두께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바테이프 역시 진동 감소 역할을 한다. 바테이프의 소재와 두께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장갑과 바테이프도 충격흡수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진동과 충격에 장시간 노출된 손은 핸들 장악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일부 라이더의 경우 바 테이프를 두 번 감는 경우도 있다. 쿠션이 충분한 장갑과 바테이프는 진동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바테이프는 제품마다 테이프의 두께가 다르기 때문에 선택 시 참고하자. 하지만 두꺼운 장갑과 바테이프는 그립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문제를 해결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많은 라이더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

글·사진 이동복 기자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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