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세 개 넘나들며 해변과 산길 달려봐!

글·김기환 차장 ghkim@chosun.com 이 사진·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이

입력 : 2015.08.26 10:02

다리로 연결된 신도, 시도, 모도의 속살을 들춰보다

“안녕하세요! 어디까지 가세요?”

“조금만 더 가면 시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오니 힘내세요.”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1 숲이 짙은 구봉산 임도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사이클을 타고 언덕을 오르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연 속에 있으니 젊음이 더욱 빛나는 듯했다. 그들과 헤어진 뒤 신도1리를 지나 바닷가로 이어진 해안도로를 따르다보니 신도와 시도를 연결한 연도교가 눈에 들어왔다. 꾸밈없이 단순하게 지어진 다리는 섬과 섬을 이어 주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 다리는 지난 2005년에 세워졌다. 이전에도 다리가 있었지만 물이 들어오면 잠겨서 하루에 한나절만 통행이 가능했다. 다리에 올라서니 장마철 강물을 연상케 하는 거센 조류가 신도와 시도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마침 밀물이 절정을 이루고 있어서 흐름이 더욱 거셌다. 바위에 부딪혀 솟구치는 물줄기가 둥그렇게 부풀어 오른 것을 보니 두려웠다. 이런 조류에 휩쓸리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역시 바다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무서운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2 드립커피 한 잔과 떡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시도는 세 섬의 중심지
시도에 들어서니 편안한 산세가 나그네를 반겼다. 이 섬에는 북도면사무소와 파출소, 보건소, 공설운동장, 우체국 등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세 섬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신도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조그만 염전이 나온다. 일조량이 좋은 여름철에는 소금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염도가 낮아 김치를 담그면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3 신도 구봉산 임도는 가파른 구간이 많아 무거운 짐을 끌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4 안개 낀 숲과 아침햇살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광.

시도 중심부를 지나 다시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선착장에 도착한다. 그 옆으로 모도로 이어지는 긴 다리가 놓여 있다. 모도로 건너가는 도중에 왼쪽으로 보이는 갯바위 위에 사람 형태의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모도 끝의 배미꾸미 해변의 조각공원에 가면 더욱 놀라운 작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조각공원은 조각가 이일호씨가 성(性)을 주제로 만든 작품을 해변에 하나둘 설치하면서 조성된 것이다. 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지만 그러게 적나라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요괴가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각공원 앞 작은 해변은 여름철에 펜션 이용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라고 한다. 배미꾸미해변의 조각공원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모도 남쪽의 체험어장이 있는 해변까지 돌아본 뒤 시도로 빠져나왔다. 이제 큰 길 중심으로 유람을 마쳤으니 구석구석을 돌아볼 차례다. 북도우체국 부근의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공설운동장 옆을 지나 언덕을 내려서니 아담한 시도염전이 눈앞에 펼쳐졌다. 초록빛 논과 염전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는 새 단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관광객을 위해 길을 보수하고 시설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었다. 바로 옆 수기해변은 오래 전 방영된 드라마인 ‘풀하우스’ 세트장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철거되어 세트장은 사라졌지만 해변의 아름다움만큼은 변함이 없다. 역시 시도는 세 섬의 중심지답게 가장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었다. 

신도에서 깊은 산을 만나다
신도는 세 섬 가운데 가장 크지만 여행자에게 눈길을 끄는 볼거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곳에서 해수욕장은 시도의 수기해변이 가장 좋고, 구경거리로는 모도의 배미꾸미해변 조각공원을 으뜸으로 꼽는다. 하지만 신도에는 구봉산(179.6m)이라는 큰 산줄기가 중심을 잡아 주며 우뚝 솟아 있어 나름 매력이 있다.

구봉산에는 산정을 중심으로 환상(環狀) 임도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 역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기 좋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산에 올라 보는 드넓은 갯벌과 섬 앞 인천공항 일대의 조망이 멋지다. 특히 정상 동쪽 능선 위에 있는 ‘구봉정’은 최고의 전망대다.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활처럼 휘어진 인천대교의 실루엣 또한 예술이다. 역시 섬을 제대로 보려면 산에 올라야 한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물이 빠지고 드러난 신도와 시도 사이의 갯벌.

“임도를 타고 가다 전망 좋은 곳에서 하룻밤 머물다 내려오죠.”

바닷가의 모래밭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구봉산 임도를 오르기로 했다. 신도와 시도를 연결하는 다리 부근의 신도1리 마을회관에서 남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산으로 이어진 포장도로가 나온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가파른 산길 때문에 초반부터 고생이 심했다. 거리는 짧았지만 마지막 200m는 무거운 트레일러를 매달고 오를 만한 경사가 아니었다. 자전거를 밀며 끌며 땀을 비 오듯 쏟은 뒤 고갯마루에 오를 수 있었다.

고갯마루는 작은 공터가 있는 임도사거리였다. 이곳에 한참 동안 앉아서 숨을 골랐다. 등산로 두 가닥과 만난 임도는 계속 고도를 높이며 동쪽의 산정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래도 경사가 조금 완만해져 이제는 자전거를 탈 만했다. 중간의 삼거리에서 완만한 왼쪽 길을 택해 성지약수터 방향으로 진행했다. 구봉산 임도는 짙은 숲으로 둘러싸여 전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짙어 바람만 불면 시원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이지만 깊은 산 속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능선 위의 안부가 바람도 잘 불고 평평해서 야영하기 좋겠네요.”

임도 사거리에서 멀지 않은 ‘구봉재’에 자전거를 세우고 텐트를 쳤다. 구봉재 역시 산길과 임도가 만나는 사거리로 넓은 공터가 형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바닥에 풀이 깔려 있어 야영지로 그만인 장소였다. 등산객에게 방해되지 않게 아침 일찍 텐트를 철수하기로 하고 이곳에 짐을 풀었다.

“저기 수풀 속에 보이는 하얀 게 토끼 같은데요.”

가뭄에 말라버린 약수터
짙은 안개 속에 하룻밤을 보낸 뒤 임도를 따라 성지약수터 쪽으로 진행하다가 길 위에서 토끼를 만났다. 한밤중에 고라니 울음소리에 잠을 깼고 아침에는 토끼를 봤으니 구봉산은 야생동물의 천국인 모양이다. 그런데 그 토끼가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 이 녀석은 야생이 아닌 집나온 집토끼인 것 같았다. 백은식씨가 번쩍 들어 올려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토끼를 만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촬영하고 다시 숲으로 방생했다.

성지약수터의 물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약수터에서 즐기는 시원한 물 한 잔의 꿈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돌로 만든 물받이에 습기조차 없었다. 워낙 가뭄이 심해 외부에서 식수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갔다. 논바닥이 갈라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말라버린 약수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 페달을 밟아나갔다.

엄청난 급경사 콘크리트 포장길을 지나 마침내 작은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이정표를 보니 이곳에서 구봉산 정상까지는 불과 280m 거리.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걸어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구봉산 꼭대기에는 망루 같은 산불감시초소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다.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여 시야가 없었기 때문이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다시 고갯마루로 내려왔다.

고갯마루를 지난 임도는 구봉정까지 계속 내리막이었다. 숲을 가르는 산길을 따라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정자가 있는 넓은 공터에 도착했다. 구봉정은 영종도 방면의 전망이 기가 막힌 곳이다. 바다와 갯벌은 물론이요, 인천공항의 드넓은 활주로까지 한눈에 든다. 특히 이곳은 야경이 멋지다고 한다. 바다 건너에서 반짝이는 영종도의 밤 풍경이 일품이라는 소문이다.

구봉정에서 출발지점인 임도사거리로 원점회귀하는 산길을 따라 내려왔다. 구봉산 북쪽의 고갯마루를 정점으로 임도는 내리막 일색이었다. 산자락을 따라 편안하게 돌아가는 임도와는 성격이 달랐다. 구봉산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무거운 짐을 끌고 높은 산을 넘은 것 같은 성취감이 느껴졌다. 비록 산은 낮지만 코가 닿을 것 같은 급경사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방심할 수 없었다. 만약 구봉산을 자전거로 오른다면 물 한 통만 들고 가볍게 갈 것을 추천한다. 숲 속의 야영은 좋았어도 너무 짐이 무거웠다. 역시 섬에서의 야영은 편의시설이 있는 해변이 제일이다.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신·시·모도(信·矢·茅島)
면적 6.92km2 |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찾아가는 길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면 10분 만에 신도선착장에 닿는다. 인천공항철도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신도로 가는 배는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수시로 배가 다닌다. 왕복 운임은 성인 4,000원, 어린이 2,600원이다. 자전거를 가지고 가면 추가로 2,000원을 내야 한다. 자동차 도선료는 왕복 2만 원.

숙식
신도, 시도, 모도의 숙박시설은 모두 펜션이다. 워낙 많은 펜션이 있고 시설과 요금이 천차만별이라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펜션은 시도에 가장 많다. 2005년 전후로 시도에서 드라마가 많이 촬영되면서 관광객이 몰리자 펜션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캠핑을 좋아한다면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시도의 수기해변이 시설과 풍광이 가장 좋은 곳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면 시도 남쪽 끝의 느진구지해변과 장골해변도 괜찮다. 모도 남쪽 끝의 체험어장 부근의 해변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산 속에서 캠핑을 하려면 전망 좋은 구봉정이 최고의 장소다. 하지만 짐을 지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기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신도 선착장부터 시도 중심부로 이어지는 도로 변에 음식점들이 있지만 맛집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드물다. 신도와 시도에 편의점이 있어서 간단한 먹을거리와 음료수 등은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섬이라 물가가 비싼 것은 감안해야 한다.

명소


	[여름 피서지 영종도 | 신도·시도·무도 자전거 투어]
(위) 수기해변. (아래) 배미꾸미 조각공원.

■수기해변 시도 북쪽 끝에 있다. 염전이 앞에서 가파른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해변이 펼쳐진다. 예전에 있던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은 깨끗하게 철거되고 샤워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새롭게 조성되어 있다. 신도, 시도, 모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야영장이다. 편의점과 카페가 딸린 대형 펜션이 해변에 자리하고 있어 여가를 즐기려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펜션에서 대여해 주는 카약을 타고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한여름 피서철에는 사람들이 많아 혼잡할 수 있다. 문의 풀사이드펜션 032-752-2580 http://poolside.co.kr

■배미꾸미 조각공원 배 모양으로 생긴 섬인 ‘모도’에 배 밑구멍처럼 생겼다는 데에서 ‘배미꾸미(배밑구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곳에 조각가 이일호의 작품이 전시되기 시작하면서 관광지가 됐다. 건물 2층 높이의 대형 작품에서부터 손바닥만 한 조각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성(性)을 주제로 한 초현실주의 작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앞 해변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2005년부터 작업실을 카페와 펜션으로 개조해 숙박이 가능하다. 입장료 2,000원.
문의 032-752-7215. 홈페이지 www.baemikumipens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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