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자전거의 형태를 갖춘 것은 프랑스 귀족이 내놓은 ‘셀레리페르’였다. 그러나 페달이 없고 방향전환 등 구동이 어렵다는 약점이 있어 최초의 자전거로 인정하지 않는 견해가 많다. 이를 보완해 독일의 발명가 카를 드라이스가 만들어낸 ‘드라이지네’는 앞바퀴를 움직여 원하는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목제 자전거였다. 드라이지네는 엉성한 탈 것이었던 셀레리페르를 넘어선 최초의 자전거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우리 땅에 최초로 자전거가 등장한 때는 언제일까?
애석하게도 한국에 자전거가 도입된 정확한 시기와 계기에 대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는 당시 신문기사를 통해 대략 개화기에 선교사나 개화파에 의해서 도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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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여자친구와 자전거를 즐기고 있는 서재필의 젊은 시절. 서재필은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자전거를 탄 기록을 갖고 있다. / 조선일보DB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독립운동가 ‘서재필’
우리나라 자전거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서재필’이다. 독립운동가였던 서재필 박사는 1896년 독립협회 시절 미국에서 자전거를 들여왔다고 한다. 그가 독립문 신축현장을 오고 갈 때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는 신문기사도 남아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처음 보는 신기한 자전거의 모습에 ‘괴물 차’ 혹은 ‘나는 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차도 수레도 아닌 것이 ‘쌩’하고 달리는 모습이 놀랍기도 했을 것이다.
1900년대 상용화된 자전거
자전거가 등장한 초기에 사람들은 자전거를 ‘자행거(自行車)’라고 불렀다. 뜻을 풀어보면 ‘스스로 가는 수레’쯤 되겠다. 1900년대부터 자전거의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때부터 자전거는 이미 일상생활에 유용한 교통수단이자 운반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정확한 기록이나 자료가 부족해 우리나라 자전거 역사의 시작을 콕 짚어 얘기하긴 어려우나 자전거라는 존재가 꽤 이른 시기에 한국에 등장한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더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자전거 이용자 1200만 시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더 나아가 자전거는 여가활동, 스포츠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시작된 단순한 경주가 오늘날 이렇게나 다양한 종목의 자전거 경기를 탄생시킬 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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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4년 전조선자전거대회에 출전한 조선 자전거 왕 엄복동 선수 / 유동현씨 제공
대한민국 최초의 자전거 경기
우리나라 자전거 경기는 일본인들에 의해 대한제국 시절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자전거 상인들이 자전거를 보급하기 위해 상금을 걸고 개최한 대회였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1906년 4월 22일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훈련원에서 열린 제1회 대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전거 대회로 인정받고 있다.
자전거 스타 엄복동
1913년부터는 신문사의 주최로 자전거 경기가 빈번하게 열렸다. 여기에 일본인 선수들 까지 초빙되어 이들과의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의 민족적 경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중 엄복동 선수는 여러 대회에서 일본인을 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민족정신을 일깨워준 최초의 스포츠 스타였다. 자전거를 팔러 다니는 행상단에서 일하며 자전거 실력을 키워간 그는 특별한 훈련이나 전문적인 지도 없이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대회 우승 그 이상의 민족적 승리감을 맞보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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