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컴번트’ 누워서 타는 자전거 이야기

안수현 바이크조선 객원기자 이

입력 : 2016.04.01 16:28

자전거가 처음부터 누워서 타는 형태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자전거 부품, 소품 등 자전거 관련 모든 제품이 지금과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각종 자전거 대회 기록도 지금보다 더 빨라졌을지도 모르겠다. 누워서 타는 자전거 ‘리컴번트’는 속도나 승차감 면에서 일반 자전거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리컴번트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기존 자전거와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비웃고 조롱했다. 리컴번트 자전거가 지금처럼 이색자전거로 주목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누워서 타는 자전거’가 생소한 사람들이 더 많다.

‘리컴번트’의 역사 속으로

안장에 앉아 등을 기대고 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리컴번트 자전거란 명칭은 그 자세가 누워있는 듯하여 ‘누워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Recumbent(리컴번트)’에서 그대로 따왔다. 19세기 말 자전거 속도를 개선하고자 했던 이들이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발명하면서 ‘리컴번트’라는 신개념 자전거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누워서 타는 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당시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리컴번트 자전거를 타고 경주에 참가한 '프란시스 포레'는 경주에 참여한 일반자전거를 모두 제치고 그동안의 기록들까지 경신하며 대회에서 우승했다.
리컴번트 자전거를 타고 경주에 참가한 '프란시스 포레'는 경주에 참여한 일반자전거를 모두 제치고 그동안의 기록들까지 경신하며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 후 약 30년 뒤, 1930년 프랑스의 ‘Charles Mochet(샤를 모셰)’가 19세기 말에 만들어진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재발명하게 된다. 하지만 모셰의 리컴번트 자전거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만든 자전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모셰는 사람들의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Francis Faure(프란시스 포레)’라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이류 자전거 선수에게 리컴번트 자전거를 타고 경주 대회에 참가시킨다.

독특한 형태의 자전거를 탄 포레를 보고 많은 이들이 제대로 달릴 수 없을 거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리컴번트 자전거를 탄 포레가 경주에 참여한 일반자전거를 모두 제치고 그동안의 기록들까지 경신하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 마침내 모셰는 리컴번트 자전거의 우수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에도 국제 사이클 연맹은 리컴번트 자전거를 국제 사이클 연맹이 인가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모두 금지해 버린다.

이로 인해 리컴번트 자전거는 사람들로부터 점차 잊히게 된다. 그리고 그 후 50여 년이 흐른 1982년, 미국의 MIT 기계공학 교수인 ‘David Gordon Wilson(데이비드 고든 윌슨)’은 효율적인 자전거 개발을 목표로 누워서 타는 자전거 만들기에 돌입한다. 윌슨의 리컴번트 자전거 개발로 인해 누워서 타는 자전거는 다시 한 번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리컴번트 자전거 개발이 탄력을 받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리컴번트 자전거는 인체공학적 설계로 라이딩 통증을 최소화했다.
리컴번트 자전거는 인체공학적 설계로 라이딩 통증을 최소화했다. / 조선일보DB

리컴번트는 어떤 점이 뛰어날까?

통증 없이 편안하게!

라이더 대부분이 장거리 라이딩 중 신체 통증을 호소한다. 허리를 숙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일반자전거로 장시간 주행하다 보면 팔, 허리, 어깨 등 신체 부위마다 크고 작은 통증이 발생한다. 자전거에 직접 닿는 부분인 엉덩이는 안장에 쓸리고 부딪히면서 ‘안장통’에 시달린다. 심할 경우 라이딩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로 장거리 라이딩을 꺼리는 라이더도 있다.

리컴번트 자전거는 인체공학적 설계로 라이딩 통증을 최소화했다. 등을 기대고 타는 자세로 엉덩이와 손목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시켜 상대적으로 통증에 대한 부담이 적다. 온종일 타도 무리가 없을 만큼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더 빠른 속도감!

자전거가 받는 공기 저항은 스피드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리컴번트 자전거는 일반자전거와 비교해 차체가 낮고, 상체가 뒤로 젖혀진 자세로 주행하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다. 리컴번트 자전거와 일반자전거가 같은 힘으로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리컴번트 자전거를 탄 라이더가 더 빨리, 더 멀리 나갈 수 있다.

단, 리컴번트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중심을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일반자전거를 타듯이 한쪽 발을 페달에 올린 채 나머지 한 발을 땅에서 떼면서 올라타면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훈련으로 균형감각을 익힌 다음 약 4주간 주행 연습을 충분히 거친 뒤 도로 주행에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


	아직 국내에서는 마니아층만이 리컴번트 자전거를 선호하는 편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마니아층만이 리컴번트 자전거를 선호하는 편이다. / 조선일보DB

2002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리컴번트 자전거

리컴번트 전문 쇼핑몰 ‘바이키코리아’는 2002년 국내 최초로 리컴번트 자전거를 수입·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해외 직구라든지 개인이 해외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리컴번트에 관심 있는 많은 라이더들이 이 쇼핑몰을 이용해 자전거를 사고, 정보를 공유하는 등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마니아층만이 리컴번트 자전거를 선호하는 편이다. 게다가 해외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시장 구조로 제품 가격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있어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저렴한 가격대의 리컴번트 자전거의 보급과, 더 많은 이들에게 리컴번트를 알릴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국내 리컴번트 시장의 성장을 통해 리컴번트의 대중화는 물론 리컴번트 자전거가 이색자전거를 넘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편안한 ‘탈 것’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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