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 다시보기-2

바이크조선

입력 : 2014.09.04 17:05 | 수정 : 2014.11.11 16:39

100년 이상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로드바이크 다시보기-2

“왜 700C일까?”다이아몬드 프레임과 휠 사이즈의 관계

20세기 들어 자전거는 두 가지의 큰 변화를 겪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다이아몬드 프레임이다. 로드바이크 휠의 규격은 700C이다. 이는 현대 자전거 프레임의 기본이 된 다아이몬드 형태의 프레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휠의 크기와 프레임의 모양, 크기는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여 년간의 자전거 역사 속에서 로드바이크는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자전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 종착지를 만나게 된다. 그 시작은 1817년 독일의 드라이지네(Draisienne)라는 설이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다. 초기의 자전거는 크랭크와 체인이 전무했기 때문에 달리기를 하듯 발로 땅을 박차며 나아가는 단순한 장치였다.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과 휠, 안장, 핸들바 이외에는 아무런 장치도 없었다.


	19세기에 완성된 초기 형태의 자전거들. 이후 자전거는 체인과 크랭크를 달 수 있고 더 튼튼한 형태의 세이프티 형태로 발전한다
19세기에 완성된 초기 형태의 자전거들. 이후 자전거는 체인과 크랭크를 달 수 있고 더 튼튼한 형태의 세이프티 형태로 발전한다
그럼 당시의 휠 사이즈는 어떻게 결정되었을까. 유추해 본다면 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당시는 제품의 규격화나 대량 생산체제가 갖춰지기 이전으로, 휠 사이즈가 통일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860년대에 이르러서 크랭크가 발명되고 이 크랭크에 의한 페달링이 동력원이 되었다. 초기의 크랭크는 지금의 세발자전거와 같은 구조로 앞 휠의 중심축에 장착되면서 앞바퀴를 구동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자전거의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전거의 바퀴 사이즈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오디너리 형태의 자전거가 등장한 것은 1871년이다. 자전거 레이스가 시작되는 것도 이 무렵이다. 이전까지의 자전거가 출퇴근이나 귀족들의 장신구 정도의 용도로 활용되었다면, 이때부터는 레이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로드바이크가 탄생하게 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880년대에 지금과 유사한 형태의 다이아몬드 프레임이 등장했고, 90년대에 들어서면 상용화되기 시작한다. 로드바이크 레이스는 열기를 띠게 되었고 1903년에 비로소 첫 투르 드 프랑스가 개최된다. 이야기를 되돌려 보자면 1880년대 처음 등장한 다이아몬드 프레임으로 현재의 자전거 구조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단단한 구조인 삼각형을 두 개 붙여 놓은 모양의 다이아몬드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가볍고 튼튼하며 제작도 용이하다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단단한 구조인 삼각형을 두 개 붙여 놓은 모양의 다이아몬드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가볍고 튼튼하며 제작도 용이하다
다이아몬드 프레임은 적은 재료로 가장 뛰어난 강성을 확보하는 구조로, 트러스 구조(Trussed Structure)에서 착안됐다. 트러스 구조란 철교를 생각하면 쉽다. 철강을 세모지게 구성하고 그 삼각형을 무수히 연결해 조립한 뼈대를 말하며,  공학적으로 가장 큰 힘을 견딜 수 있다.

추후 등장하게 되는 에어로 형태의 일부 모델들을 제외하면 지금도 자전거는 이 다이아몬드 프레임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다이아몬드 프레임이 휠의 지름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는다. 휠 사이즈가 먼저 결정되어야 프레임의 폭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프레임의 구조가 완성된 시기부터 휠 사이즈의 규격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로드바이크의 휠 사이즈는 보통 700C로 표기되는데 로드바이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르(투어링, 여성용, 아동용, 산악용)는 인치(inch)로 표기한다. 그렇다면 700은 무슨 의미일까. 실제로 지름이 700㎜인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자전거의 시작을 독일의 드라이지네로 보는 입장에 서보자. 그러나 이 또한 공론화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이유인 즉, 영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가 각각 옛 문헌이나 자료 등을 기초로 자신들이 자전거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규격화를 두고 치열하게 다퉈왔다. 결국 1900년대 초반부터 투르 드 프랑스를 기반으로 자전거 레이스가 활성화 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700C라는 미터법 단위가 이용됐고, 관습적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 시기 프랑스에서 다이아몬드 프레임이 제작되었고 실제 경기를 뛰면서 700C, 실제 700㎜의 지름을 가진 휠세트를 제작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만일 700㎜의 휠로 다이아몬드 프레임을 제작한다면 탑튜브의 최소사이즈는  540㎜ 정도가 된다. 이는 신장이 175㎝ 이상 되어야 탈 수 있는 꽤 큰 사이즈다.

	프랑스의 20세 남자의 평균 신장 자료. 1900년을 전후로 프랑스 20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6㎝를 웃돌았다
프랑스의 20세 남자의 평균 신장 자료. 1900년을 전후로 프랑스 20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6㎝를 웃돌았다
이와 같이 남성의 평균 신장에 기인한 휠 사이즈는 영국에서도 정립되었는데, 평균 신장이 다소 큰 영국인들에 맞는 프레임을 제작하면서 휠 사이즈는 현재의 700C보다 큰 약 29인치의 휠이 제작되어 투어링 용도로 사용되었다.

잠시 로드바이크 휠의 구조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휠이 작을수록 휠이 갖는 에너지는 작다. 작은 힘에도 빨리 반응하며, 휠이 작을수록 반응성, 지속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휠이 커질 경우 승차감이나 코너링의 안정감이 증대된다. 이러한 점들이 고려되어 다이아몬드 프레임의 구조는 평균 신장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휠을 선택함을 전제로 한다.

	프레임의 규격이 정립되면서 로드바이크 휠의 크기도 결정됐다. 그러나 700C는 실제로는 지름이 622㎜이다
프레임의 규격이 정립되면서 로드바이크 휠의 크기도 결정됐다. 그러나 700C는 실제로는 지름이 622㎜이다
결국 영국의 투어링 휠 사이즈는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사이즈가 됐다. 영국인들의 신장에는 잘 맞았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전역의 남자 평균 신장에 가장 좋은 비율을 지닌 휠 사이즈는 프랑스에서 정립한 700C 부근의 휠 사이즈라는 걸 알게 됐고, 이와 유사하게 27인치 휠이 제작됐다.

이후 1960년대 들어 국제표준화기구를 기반으로 휠 사이즈가 정립되었고, 표기를 ㎜ 단위로 정해서 실제로는 622㎜가 로드바이크의 표준 휠 사이즈가 됐다. 이 휠 사이즈는 당시의 유럽 남성들의 평균 신장에 따른 것으로 170~190㎝의 신장을 커버하는 다이아몬드 프레임을 제작할 수 있는 사이즈다. 당시에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사회적으로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여성의 신장은 고려되지 않았다. 결국 현재 700C라는 표기는 실제와 다른 사이즈로, 명칭만 남은 것이다. 622㎜라는 국제표준보다도 구전으로 이어지는 700C 사이즈로 통용되는 셈이다.

소재

로드바이크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보다 가볍고 빠른 속도를 지향하는 로드바이크의 기술 발전에서 소재의 변화는 당연한 결과다. 사실 소재의 변화는 로드바이크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무게를 줄여나간 로드바이크는 그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더욱 소재에 민감해졌다. 스틸에서 시작해 알루미늄과 티타늄, 그리고 카본에 이르기까지 로드바이크에 주로 사용된 소재를 알아보자.


	크롬몰리브덴강 소재는 러그를 통해 튜브를 연결해 프레임을 완성한다
크롬몰리브덴강 소재는 러그를 통해 튜브를 연결해 프레임을 완성한다
강철(Steel)

프레임의 원조 소재인 강철은 가장 오랜 시간 널리 사용된 소재이기도 하다. 다른 원소를 첨가한 ‘합금’의 형태로 개량되어 왔으나 무게와 녹 같은 단점 때문에 이제는 저가형 모델에만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자전거 특성에 유리하도록 각 브랜드마다 독자적인 ‘열처리’를 통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의 강철 프레임도 등장하고 있다.

크롬몰리브덴강(Chromium-Molybdenum Steel)

‘크롬몰리’라 불리며 클래식 로드바이크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크롬몰리브덴강. 실은 크롬과 몰리브덴의 합금강이다. 프레임 제작에 튜브 접합체 ‘러그’를 사용해 복고적인 멋을 지녔고,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높은 강성과 탄성을 자랑하지만 강철의 합금강이어서 무거운 무게가 단점으로 남는다.

알루미늄(Aluminium)

가볍고 부식에 강한 알루미늄. 강철보다 비중이 낮아 경량 프레임을 만들기 유리해 스틸과 같이 합금 형태로 자전거에 적합한 성질로 개발됐다. 합금 방식이나 특성에 따라 6061, 7005, 7075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뉘며, 과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최첨단 소재로 인식되어 전문 선수용 소재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후 고압 전기의 방전을 이용한 티그(TIG) 용접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크롬몰리를 대체하며 급속히 보급되었다. 최초로 알루미늄 프레임을 대량생산한 것은 미국의 캐논데일이었다(1983).

	티타늄 소재는 산소와 질소가 없는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해 프레임 제작 공정의 난이도가 높고 단가가 비싸다
티타늄 소재는 산소와 질소가 없는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해 프레임 제작 공정의 난이도가 높고 단가가 비싸다
티타늄(Titanium)

항공기, 우주 개발 사업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 티타늄. 무게 대비 강도가 높고(특정 합금은 강철의 약 2배, 알루미늄의 약 6배) 높은 탄성을 특징으로 한다. 가볍고 내식성이 뛰어나 부식이 적어 한때 자전거 프레임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그러나 산소, 질소 등의 기체와 쉽게 반응하는 특성 때문에 산소와 질소가 없는 환경에서 제작해야 해서 생산 가격이 높고 튜빙 가공이 어려워 다양한 형태로의 프레임 디자인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카본은 고탄성, 고강성, 경량성을 모두 확보한 소재로 자유로운 디자인 성형이 가능해 최적의 프레임 소재로 떠올랐다. 사진은 닐프라이즈의 프레임 금형과 프레임
카본은 고탄성, 고강성, 경량성을 모두 확보한 소재로 자유로운 디자인 성형이 가능해 최적의 프레임 소재로 떠올랐다. 사진은 닐프라이즈의 프레임 금형과 프레임
카본(Carbon)

카본(탄소 섬유)이 자전거 프레임 소재로 활용된 것은 놀랍게도 1975년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모노코크 방식(프레임 각 부분의 접합이 아닌 전체적인 일괄성형)의 카본 프레임은 1986년 등장했다. 카본 프리프레그(탄소 섬유+레진)를 재단해서 하나하나 적층하는 방식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형태까지 만들 수 있어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  높은 경량성과 탄성을 바탕으로 기록 단축을 위한 최상의 성능 구현까지, 카본은 로드바이크를 위한 최적의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작업으로 작업해야 하는 작업 공법상 가격이 높고 프레임에 크렉(균열)이 생길 경우 수리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지닌다.

오영원 (영원사이클 미캐닉. www.youngwonbike.com)
사진 이동복 기자, 자전거생활 편집부, (주)대진인터내셔널
촬영협조 영원사이클, 압구정사이클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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