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 다시보기-6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0.15 15:08 | 수정 : 2014.11.11 16:44

100년 이상 사랑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0.01초를 줄이려는 노력”로드바이크 용품 변천사

로드바이크의 변화와 함께 용품도 변화를 거듭해 왔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용품의 변신을 확인해보자

전용 의류
가죽 덧댐 바지에서 고성능 패드의 빕까지

과거 가죽 덧댐 바지에서 고성능 패드로 무장한 지금의 자전거 의류까지, 전문 의류는 이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서 과학으로까지 넘어가고 있다. 사진은 아스티의 빕.
과거 가죽 덧댐 바지에서 고성능 패드로 무장한 지금의 자전거 의류까지, 전문 의류는 이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서 과학으로까지 넘어가고 있다. 사진은 아스티의 빕.

자전거 의류는 과거 신축성이 좋은 모(毛) 섬유를 소재로 만들었다. 특히 반복된 페달링으로 인한 쓸림과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랑이 부분에는 가죽 소재를 덧대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판덱스(라이크라) 소재가 이를 대신하기 시작했으며 안장과 라이더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패드도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소재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다양한 라이딩 스타일을 분석해 그에 적합한 패턴과 스타일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여성용 패드가 남성용 패드보다 더 넓은 것도 한 예다. 이후 방풍, 통풍 기능이나 라이딩 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소재, 패턴이 등장하면서 의류 산업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빕(Bib)은 소재의 발전 외에도 라이딩에 적합한 최적의 포지션을 가능하게 해준 자전거 의류 발전의 큰 결과물이다. 일반 바지와 비교해 허리의 간섭이 없어 상체를 숙이는데 적합하고 어깨에 걸쳐지는 끈이 바지(패드)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빕은 스포츠와 과학의 결합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뛰어나 특히 선수층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착용할 경우 어깨 끈으로 인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헬멧
더 가볍게, 더 시원하게, 무엇보다 안전을 위하여

1 무겁고 불편한 것을 싫어했던 과거 라이더들은 헬멧을 거부했다. 헤어네트는 그런 라이더들에게 그나마 이해받을 수 있었던 안전장구였다


2 2003년 안드레이 키빌레프의 사망 사고는 선수는 물론 동호인들에게도 헬멧 사용의 분수령이 됐다
1 무겁고 불편한 것을 싫어했던 과거 라이더들은 헬멧을 거부했다. 헤어네트는 그런 라이더들에게 그나마 이해받을 수 있었던 안전장구였다 2 2003년 안드레이 키빌레프의 사망 사고는 선수는 물론 동호인들에게도 헬멧 사용의 분수령이 됐다

머리를 보호하면서도 가볍고 충분한 통기성을 지녀야하는 헬멧. 그러나 헬멧의 대중화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70년대까지 헬멧의 지배적인 형태는 가죽 소재의 헤어네트(Hairnet) 스타일이었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로부터는 신체를 보호할 수 있었지만 큰 충격에는 취약했고 무엇보다 많은 로디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

헬멧의 광범위한 발전은 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다. 70년대 자전거 붐이 진행되면서 자동차 경주와 오토바이 관련 브랜드가 발포 폴리스티렌과 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를 이용해 헬멧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헬멧 제조사인 벨 스포츠 역시 이때 등장한 여러 회사 중 하나다.

로드바이크와 헬멧의 만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UCI(국제사이클연맹)는 헬멧의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았고 선수들 역시 헬멧은 레이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착용을 거부했다. 그러다 안전을 위해 1991년 파리-니스 레이스에서는 UCI가 의무적으로 헬멧 사용을 규제하려했지만 무산되고 만다. 이후 헬멧은 경기에서도 의무 사용이 아니었던 데다 오르막에서는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선수들이 헬멧을 벗어던지기 십상이었다.

90년대 이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헬멧을 쓰는 분위기가 퍼져갔는데, 2003년 3월 12일 카자흐스탄의 안드레이 키빌레프(Andrei Kivilev)가 경기 도중 사고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리-니스 대회에서 동료 선수와 충돌한 그는 낙차를 당했는데, 이로 인해 두개골 파열과 갈비뼈 골절로 하루 만에 사망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분수령이 됐고 지금은 선수뿐 아니라 동호인들에게도 헬멧 착용은 라이딩의 필수가 됐다.

핸들바
조향성은 물론 낮은 라이딩 포지션으로 속도 향상까지

핸들바 역시 디자인과 소재의 변화를 거쳐왔다. 최초의 핸들바는 나무나 스틸로 제작됐다. 이후 1890년대 들어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나무로 제작되던 핸들바는 1930년대 들어 알루미늄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핸들바는 과거 조향 역할만을 담당했지만 고속주행시 자세를 낮출수록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다는 것을 레이스를 통해 깨닫게 된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낮은 자세를 추구하면서 플랫바 형태에서 핸들바의 양끝을 점점 아래로 내리기 시작한다.

페달
더 넓은 면적으로 큰 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로드바이크 클릿(좌)과 MTB 클릿(우). 장애물이나 험로에서 자주 탈착해야하는 MTB 클릿과 달리 로드바이크 클릿은 한번 자전거에 타면 내릴 일이 별로 없어 신발 바닥의 절반 이상을 덮는 큰 클릿을 사용해 힘전달 효율을 극대화 한다
로드바이크 클릿(좌)과 MTB 클릿(우). 장애물이나 험로에서 자주 탈착해야하는 MTB 클릿과 달리 로드바이크 클릿은 한번 자전거에 타면 내릴 일이 별로 없어 신발 바닥의 절반 이상을 덮는 큰 클릿을 사용해 힘전달 효율을 극대화 한다
토클립 페달은 지금도 이용된다. 요즘은 로드바이크보다는 픽시 바이크나 경륜 자전거에 주로 사용된다
토클립 페달은 지금도 이용된다. 요즘은 로드바이크보다는 픽시 바이크나 경륜 자전거에 주로 사용된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대장간에서 일하던 커크패트릭 맥밀런(Kirkpatrick MacMillan)이 1839년 2개의 페달과 연결봉, 크랭크를 통해 뒷바퀴를 움직이는 자전거를 개발한 이후 페달은 발전을 거듭했다. 20세기 초반에는 효율적인 페달링을 위해 토클립이 이미 이용되었다. 신발을 페달에 고정시켜 미는 힘과 당기는 힘 모두를 자전거의 동력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클릿 페달(클립리스 페달)은 1895년 찰스 핸슨이 처음 개발했고 1971년 치노 치넬리가 보완했다. 신발 바닥에 금속 재질의 결합체인 클릿(Cleat)을 달아 페달과 신발이 고정되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정확한 고정을 통해 페달링 효율이 높아졌고, 신속하게 분리할 수 있어 안전성도 좋아졌다.

클릿 페달의 기본 메커니즘은 로드용과 MTB용 모두 같다. 그러나 라이딩 스타일의 차이만큼 디자인은 차이를 보인다. 로드바이크는 코스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한번 장착할 경우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내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페달링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때문에 로드용 클릿은 MTB용에 비해 더 큰 힘을 전달할 수 있도록 크고 넓은 형태이고, 탈착면도 한쪽면뿐이다. 페달과 신발의 접착 면이 넓은 로드용 클릿은 보행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하다.

로드바이크 100년 역사와 100년의 미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드바이크의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드바이크의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다

3세기에 걸친 로드바이크의 진화를 12페이지 안에 정리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의 세련되고 현란한 로드바이크 뒤에는 수많은 도전과 개발, 무수한 사람들의 라이딩 경험이 숨어 있다. 최신 로드바이크를 보면 더 이상 발전할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로드바이크는 소재와 기술, 디자인, 설계 등 모든 분야에서 단 한시도 발전이 정체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20년쯤 뒤에는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특별한 형태로 바뀌어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100여 년간 그랬듯이 다이아몬드 프레임과 드롭바, 700C 휠세트는 그대로일 것 같다.

이동복 기자
사진 이동복 기자, 자전거생활 편집부, (주)대진인터내셔널
촬영협조 영원사이클, 압구정사이클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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