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바이크조선

입력 : 2014.09.29 17:33 | 수정 : 2015.01.14 11:33

지로 산악구간의 현장, 2000m급 고개들의 대향연

파쏘 디 캄포롱고(Passo di Campolongo, 1875m) 업힐,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는 스키대회코스로 유명해 도로 주변에 스키슬로프가 계속 이어진다
파쏘 디 캄포롱고(Passo di Campolongo, 1875m) 업힐,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는 스키대회코스로 유명해 도로 주변에 스키슬로프가 계속 이어진다

세계 3대 사이클링 대회중 하나인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불리는 산악구간인 돌로미테의 사이클링 코스를 소개한다. 돌로미테(Dolomite)는 이탈리아를 일주하는 지로의 산악스테이지 경기가 열리는 주요 지역으로 포르도이(Pordoi, 2250m), 젤라(Sella, 2244m), 팔자레고(Falzarego, 2117m), 기아우(Giau, 2236m), 페디아(Fedia, 2057m)와 같은 까마득한 고개들이 즐비한 곳이다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길이 :
51㎞
소요시간 : 4~5시간
총상승고도 : 1967m
주요 경로 : 코르바라(Corvara, 1568m)→파쏘 디 캄폴롱고(Passo di Campolongo, 1875m)→아라바(Arabba, 1580m)→파쏘 포르도이(Passo Pordoi, 2239m)→파쏘 디 젤라(Passo di Sella, 2244m)→볼켄슈타인(Wolkenstein, 1902m)→파쏘 디 가르데나(Passo di Gardena, 2137m)→코르바라(Corrvara, 1568m)

파쏘 디 캄포롱고 정상에서의 다운힐
파쏘 디 캄포롱고 정상에서의 다운힐
파쏘 디 캄포롱고를 다운힐 하다보면 잠시 후 지나갈 아라바(Arraba) 마을과 포르도이(Pordoi) 언덕이 보인다
파쏘 디 캄포롱고를 다운힐 하다보면 잠시 후 지나갈 아라바(Arraba) 마을과 포르도이(Pordoi) 언덕이 보인다

자전거에서 언덕은 중력 극복의 ‘고통’ 말고도 묘한 매력이 있다. 허벅지의 뻐근함,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심장 박동, 금방이라도 멎어 버릴 것만 같은 거친 호흡을 온몸으로 느끼며 올라야 한다. 한 굽이 한 굽이 오르다가 문득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면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름다운 주변 경치에 감탄하다보면 좀 전의 고통은 어느덧 잊어버린다.  


2000m를 넘는 고개들의 대향연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재미,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자동차를 앞지르는 가공할 속도로 급격한 헤어핀 코너를 가드레일을 넘어 절벽으로 떨어질 듯한 아슬아슬함과 함께 아스팔트 노면에 밀착되는 타이어의 감촉을 느끼며 질주한다. 좀 전에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아름다운 계곡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듯한 짜릿함이 있는 곳이 또한 언덕이다. 물론, 프로 선수들에게 언덕은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다. 평지구간에서 좀처럼 벌릴 수 없었던 시간차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서 클라이머들의 어택과 방어가 난무한다. 아름다운 경치 따위를 즐길 여유도 없이 극한의 고통을 감수하며 그저 달리기만 해야 하는 ‘일터’일 뿐이다. 그러한 선수들의 피와 땀이 엄청난 언덕들 곳곳에 배어 있는 돌로미테(Dolomite)로의 사이클링 투어를 소개한다.

돌로미테(Dolomite)

돌로미테는 이탈리아 북동부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sntino-Alto Adige) 주의 남부 티롤 지방으로 알프스에 속하는 산악지대다. 5500㎢에 달하는 면적에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뤄진 침봉들이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는 돌로미테 디올트레피아브  (d'Oltrepiave)로부터 서쪽으로는 돌로미테 디 브렌타(Dolomiti di Brenta)에 이르는 지역에 3000m를 넘는 18개의 암봉과 41개의 빙하, 아름다운 침엽수림의 숲과 계곡과 호수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겨울철에는 넓디넓은 스키장으로 변모하고 여름철에는 트레킹과 클라이밍, 산악자전거와 사이클링 등 산악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돌로미테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서 소라 화석을 발견한 프랑스 지질학자 데오다 그라테 드 돌로뮤(D'odat Gratet de Dolomieu, 1750~1801)의 이름에서 따왔다. 돌로미테는 지질학에서는 백운석을 일컫는데, 이 지역의 아름다운 침봉들은 백운석으로 이뤄졌다.

여행의 적기는 스키시즌인 겨울과 기타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여름시즌으로 나뉜다. 사이클링에 적합한 시기는 5월부터 10월까지인데, 5월과 10월에는 높은 고개에 눈이 많이 내리는 경우도 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가 주로 사용되고 시골지역의 나이 많은 원주민의 경우 독일어와 라틴어의 중간인 라딘어를 사용한다.

돌로미테 여행정보
www.visitdolomites.com
www.altabadia.org
※ 주요 마을, 트레킹 코스, 리프트와 교통패스, 리프트 운행정보, 산장정보, 숙박시설 등에 관한 정보가 잘 나와 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오늘 라이딩 할 코스는 젤라 그룹(Sella Group)이라고 불리는 산군(최고봉은 피즈 보에-Piz Boe, 3152m)을 한 바퀴 돌며 4개의 언덕을 넘는 순환 코스다. 젤라 그룹은 흔히 ‘돌로미테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돌로미테 지역에서도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오지에 속한다. 이  코스를 젤라 론다(Sella Ronda)라고 부르는데, 올해로 19회를 맞는 젤라 론다 스키대회(www.sellaronda.it) 코스이기 때문이다.

돌로미테의 고개들은 산들이 덩치가 크다보니 커브에서 다음 커브까지의 길이가 꽤나 길다. 그래서 다운힐에서 속도가 많이 나게 된다. 대부분의 다운힐에서 시속 60~70㎞는 쉽게 낼 수 있다. 그런데 커브는 180˚, 심지어는 그보다 더한 커브도 많다. 그러니 지로에서 선수들이 가드레일 밖으로 튕겨나가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신나게 내려가다가도 커브에서는 풀 브레이킹으로 속도를 줄인 다음, 아웃 인 아웃(out-in-out)과 린 아웃(lean-out) 같은 코너링 테크닉을 최대한 구사해야 안전하게 코너를 빠져 나갈 수 있다.


“il Campionissimo Fausto Coppi” (최고의 챔피언 파우스토 코피)

파쏘 포르도이(Passo Pordoi, 2239m) 업힐의 헤어핀
파쏘 포르도이(Passo Pordoi, 2239m) 업힐의 헤어핀

파쏘 포르도이(Passo Pordoi) 정상에는 이탈리아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Fausto Coppi) 동상이 서 있다. 코피는 1919년 이탈리아 북부 리구리아 지방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두 번,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1949년과 1952년에는 한해에 두 대회를 모두 우승하기도 했다. 한 시간 기록(one-hour record)를 세웠고, 파리-루베, 밀란-산레모 대회 등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코피를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지노 바탈리(Gino Bartali)다. 코피의 사이클리스트로서의 자질을 알아본 사람이 바로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자전거 선수였던 지노 바탈리였다. 바탈리는 자신이 속한 레냐노(Legnano) 팀으로 코피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피는 곧 바탈리를 능가했다. 1940년 팀 리더인 바탈리의 보조선수로 지로에 참가했는데 바탈리보다 45분이나 앞선 기록으로 우승했던 것. 그렇게 두 사람의 선후배이자 라이벌 관계는 시작되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코피의 경력은 잠시 중단 되었다가, 1946년 밀란-산레모 대회에서 두 라이벌은 격돌했다. 코피가 일찌감치 브레이크 어웨이 했는데, 바탈리를 포함한 나머지 선수들은 너무 일찍 브레이크 어웨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코피는 어택에 성공하며 코피의 시대가 왔음을 알린 계기가 됐다.    

밀란-산레모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투르키노 고개인데, 대회가 열리면 이탈리아의 사이클 팬들은 이 고개에 모여들었고, 바로 이곳에서 파우스토 코피의 신화가 탄생했다. 코피는 밀라노를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로 달리기 시작하더니 투르키노 꼭대기에 도착할 때쯤에는 혼자서 앞에서 달렸다.  

“코피가 온다(Arriva Coppi)! 코피가 온다!”

대회를 주최하는 델라 스포르트의 관계자가 확성기로 캄피오니시모(campionissimo, 챔피언)의 도착을 알렸다. 2차 세계대전을 뚫고 코피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코피는 전후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했다. 다음에 열린 지로에서는 바탈리가 다시 코피를 눌렀고, 1948년에도 투르에서 바탈리가 우승하며 제동을 걸었으나 역사의 흐름은 바꾸지 못했다. 1949년 투르에서 두 사람은 피레네 산악지대에서는 거의 같은 시간을 유지했지만 알프스 구간에 들어서자 비포장에 비까지 내리는 길에서 바탈리는 더 이상 코피를 따라가지 못했다. 1위 코피, 2위 바탈리.

파쏘 포르도이 업힐
파쏘 포르도이 업힐

이탈리아 사이클 문화를 바꾼 코피

코피는 이탈리아의 사이클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도메스티크(Domestique, 리드 아웃맨, 도움선수)의 지위를 그저 스타에 가려진 도움선수에서 스타가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료선수로 끌어 올렸다. 코피는 다른 팀의 상대선수가 어택할 때 도메스티크가 앞으로 치고 나가서 상대선수를 지치게 하는 전략을 처음으로 구사하기도 했다.

사이클링의 전략과 전술 외에도 넘어 졌을 때 찰과상을 예방하기 위한 장갑을 처음 착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안장 때문에 생기는 부스럼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당시는 선수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코피 이후에 의사들이 선수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매일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으면서 사이클링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파쏘 포르도이 업힐. 뒤쪽으로 포르도이의 멋진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파쏘 포르도이 업힐. 뒤쪽으로 포르도이의 멋진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1953년 세계도로사이클선수권 대회에서 코피가 우승했을 때 찍힌 사진에 같이 등장한 연인 줄리아 오키니(Giulia Occhini)로 말미암아 전설적 선수의 인생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둘 다 기혼자인 상태였기에 이혼이 불법인 보수적인 카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이들의 로맨스(?)는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이혼을 위해 외국으로 갔으며, 이로 인해 이탈리아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코피는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면서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었고 결국엔 사이클링을 그만 두면서 삶은 피폐해져 갔다. 1959년 라파엘 제미니아, 자크 앙크틸과 함께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났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1960년 마흔의 나이로 짧지만 굵은 삶을 마감했다.

지로 디 이탈리아는 1965년부터 지로의 가장 높은 고개에 씨마 코피(Cima Coppi)라는 이름을 붙여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를 기리고 있다. (역대 씨마 코피 리스트는 http://en.wikipedia.org/wiki/Cima_Coppi 참조)

포르도이 정상에 있는 파우스토 코피(Fausto Coppi)의 동상. 그는 이탈리아 사이클링의 영웅으로 매년 지로 디 이탈리아의 가장 높은 고개를 ‘Cima Coppi’라고 부르며 그에게 헌정하고 있다<b>(왼쪽)</b> / 파쏘 디 젤라(2244m)업힐, 뒤쪽으로 피츠 젤바의 거대한 암벽이 위용을 자랑한다<b>(오른쪽)</b>
포르도이 정상에 있는 파우스토 코피(Fausto Coppi)의 동상. 그는 이탈리아 사이클링의 영웅으로 매년 지로 디 이탈리아의 가장 높은 고개를 ‘Cima Coppi’라고 부르며 그에게 헌정하고 있다(왼쪽) / 파쏘 디 젤라(2244m)업힐, 뒤쪽으로 피츠 젤바의 거대한 암벽이 위용을 자랑한다(오른쪽)
파쏘 디 젤라 정상 부근. 주변으로 아직 흰 눈을 이고 있는 암봉들이 즐비하다
파쏘 디 젤라 정상 부근. 주변으로 아직 흰 눈을 이고 있는 암봉들이 즐비하다

눈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암봉

싸쏘 룽고(Sasso Lungo, 3181m)의 웅장한 암봉이 구름에 덮여 있다<b>(왼쪽)</b> / 싸쏘 룽고를 배경으로 다운힐하는 라이더<b>(오른쪽)</b>
싸쏘 룽고(Sasso Lungo, 3181m)의 웅장한 암봉이 구름에 덮여 있다(왼쪽) / 싸쏘 룽고를 배경으로 다운힐하는 라이더(오른쪽)

포르도이(Pordoi)를 내려서면 바로 파쏘 디 젤라(Passo di Sella, 2244m)를 오르게 되는데, 다운이 끝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계속 내려가면 젤라 론다 스키대회의 출발점인 카나제이(Canazei) 마을이 나온다. 우회전해서 오르막을 오르면 바로 앞으로 피츠 젤바(Piz Selva, 2940m)의 거대한 암봉이 가로막고 있어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그러나 경사도는 7.5%로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파쏘 젤라 정상에 서니 왼쪽으로 싸쏘 룽고(Sasso Lungo, 3181m)가 머리에 구름을 덮어 쓴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고, 오른쪽으로는 지금까지 에돌아 오른 피츠 젤바가 버티고 있다.

파쏘 디 가르데나(Passo di Gardena, 2137m)는 중간쯤에 암봉 아래쪽을 따라 평지를 가다가 다시 업힐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가르데나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쪽의 지나온 경치도, 그리고 앞으로 내려갈 동쪽 방향의 경치도 어느 것 하나 눈에 담고 싶지 않은 것이 없다.

파쏘 디 가르데나(Passo di Gardena, 2137m) 업힐
파쏘 디 가르데나(Passo di Gardena, 2137m) 업힐
파쏘 디 가르데나 정상에서 동쪽 방향 조망. 잠시 후에 내려갈 헤어핀 코스가 보인다
파쏘 디 가르데나 정상에서 동쪽 방향 조망. 잠시 후에 내려갈 헤어핀 코스가 보인다
파쏘 디 가르데나 다운힐
파쏘 디 가르데나 다운힐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5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51㎞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1) 젤라 론다(Sella Ronda) 코스

글·사진 엄기석(blog.naver.com/coursereview)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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