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0.13 14:10 | 수정 : 2015.01.14 11:26

해발 2000m를 넘는 고개 위에 남은 1차 대전의 격전지 흔적

파쏘 디 팔자레고에서 콜레 산타루치아로 내려가는 다운힐
파쏘 디 팔자레고에서 콜레 산타루치아로 내려가는 다운힐

1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몬테 아베라우 코스는 해발 2200m를 넘나드는 고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스 사이사이에는 27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가 하얀 눈을 덮고 한여름에도 스키어들을 불러들인다.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 온화한 기온에 푸른 초원이 펼쳐져 라이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 온화한 기온에 푸른 초원이 펼쳐져 라이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번 코스는 발파로라 고개(Passo di Valparola, 2192m) 정상에서 시작한다. 팔자레고(Passo Falzarego) 정상을 거치면 15㎞의 다운힐을 만난다. 팔자레고 정상에서 21㎞ 떨어진 지점에 쟈우 고개(Passo di Giau) 초입을 만나며, 약 10㎞를 업힐하면 쟈우 고개 정상(2236m)에 이르게 된다. 거기서 고개를 내려와 다시 약 10㎞를 업힐하면 출발점인 발파로라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코스 길이는 약 55㎞로 비교적 짧다.

콜레 산타루치아 마을. 건너편으로는 어제 올랐던 파쏘 페다이아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콜레 산타루치아 마을. 건너편으로는 어제 올랐던 파쏘 페다이아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길이 |  55㎞
소요시간 |  3~4시간
총상승고도 |  1,989m
주요 경로 |  파쏘 디 발파로라(Passo di Valparola, 2192m) → 파쏘 디 팔자레고(Passo di Falzarego, 2117m) → 콜레 산타루치아(Colle Santa Lucia) → 파쏘 디 쟈우(Passo di Giau, 2236m) → 포콜(Pocol) → 파쏘 디 팔자레고(2117m) → 파쏘 디 발포로라(2192m). (반시계방향 회전)

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라가주오이(Lagazuoi) 봉

발파로라 정상에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국경초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이 부서진 채 남아 있는데 지금은 전쟁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www.cortinamuseoguerra.it).   
1차 세계대전 당시 이 고개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경계였는데, 팔자레고 고개 옆의 커다란 암봉인 라가주오이(Lagazuoi, 2762m)의 절벽 곳곳에는 오스트리아군이 이탈리아를 막기 위해서 팠던 참호들이 즐비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돌로미테도 인간의 욕망 때문에 벌어진 전쟁을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전쟁은 지나고 유럽 국가끼리 하나의 연합(EU)을 이루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길이 10km에 경사도 9.1%의 쟈우 고개(2236m)

평균 경사도 : 9.1% 
길이 : 10.12㎞ 
시작점 고도 : 1314m 
최고점 고도 : 2236m
상승고도 : 922m

파쏘 디 쟈우 고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몬테 펠모의 절경
파쏘 디 쟈우 고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몬테 펠모의 절경

쟈우 고개가 시작되는 곳에 이르러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이태리 라이더가 다가오더니 우리에게 말을 건다.

“여기 어디서 물을 구할 수 있죠?”

“글쎄요. 우리도 잘 모르겠네요. (여긴 이탈리아고 우린 외국인인데, 우리가 너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

플로렌스 지방에서 왔다는 이 청년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같이 물도 찾아 물통을 채운 다음  파쏘 쟈우를 같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쟈우 고개 정상 부근. 뒤쪽으로는 라 구셀라(Ra Gusela) 북벽이 우뚝하다
쟈우 고개 정상 부근. 뒤쪽으로는 라 구셀라(Ra Gusela) 북벽이 우뚝하다

파쏘 쟈우는 평균경사도 9.1%에 길이 10.12㎞의 언덕이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티(Maratona dles Dolomites, www.maratona.it) 그란폰도에서 가장 긴 코스를 자랑하는 마라토나 코스(138㎞) 중 가장 가파른 경사도를 가진 고개다. 이 언덕은 2007년 이래로 4번이나 지로 디 이탈리아 코스에 포함되었다.

코스를 시작할 때는 강한 햇볕으로 더위를 느꼈는데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해발 2000m를 넘어서면서부터 주변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보였고 한기가 느껴졌다. 가파른 업힐 중이라 등에서는 여전히 땀이 나지만 팔, 다리는 차가워져 간다. 정상에 도착하면 방풍재킷부터 꺼내 입어야 한다. 약간의 고산증세를 느끼며 도착한 정상에는 파쏘 쟈우에서 만난 플로랜스 출신 청년이 먼저 올라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우뚝 솟아 있는 라 구셀라(Ra Gusela) 북벽을 배경으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파쏘 디 발파로라(2192m)

평균 경사도 : 5.4%
길이 : 13㎞
시작점 고도 : 1490m
최고점 고도 : 2192m
상승고도 : 702m

쟈우 고개를 함께 오른 이탈리아 라이더와 함께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쟈우 고개를 함께 오른 이탈리아 라이더와 함께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포콜(Pocol)에서 출발점인 발파로라 정상으로 가려면 팔자레고 고개를 거쳐야 한다. 발파로라 정상까지는 13㎞로 긴 거리지만 5.4%의 완만한 경사인데다 왼쪽으로는 돌로미테 트레킹의 백미인 친퀘토리(Cinque(5) Torri ; 5개의 봉, 타워)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토파나 디 로제스(Tofana di Rozes, 3225m)의 거대한 암벽이 멋진 풍광을 자랑하고 있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게 올라 갈 수 있다.

쟈우 고개에서 포콜을 향해 다운힐. 그늘 쪽에는 아직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쟈우 고개에서 포콜을 향해 다운힐. 그늘 쪽에는 아직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다.
파쏘 디 팔자레고에는 라가주오이 봉(2762m)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격전지로 암벽에는 그때 판 수많은 참호들이 바위 속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파쏘 디 팔자레고에는 라가주오이 봉(2762m)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격전지로 암벽에는 그때 판 수많은 참호들이 바위 속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오르막 중간쯤 친퀘토리(5-Tori) 부근을 지나는데 산악스키를 차에 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고산에 눈이 있기는 하지만 6월인 지금에도 스키가 가능할까?’하는 호기심으로 말을 걸었다.

스키어의 집은 베니스인데 자동차로 2시간여를 달려 산악스키를 타러 왔다고 한다. 직업은 은행원이라고 하며,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인지 얼굴이 온통 까맣게 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보통 이때쯤이면 눈이 거의 녹아서 스키를 탈 수 없지만 올해는 지난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아직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리프트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갔다가 스키로 내려온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 아닐 수 없다.

파쏘 디 팔자레고 가는 길의 친퀘토리 부근에서 산악스키어를 만났다. 그가 남긴 명언, “Happy wife, Happy life!”
파쏘 디 팔자레고 가는 길의 친퀘토리 부근에서 산악스키어를 만났다. 그가 남긴 명언, “Happy wife, Happy life!”
돌로미테 지역에서 열리는 최대의 그란폰도 행사인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www.maratona.it)의 초창기 주최멤버였던 에두아르드 타벨라 씨와 현재의 주최멤버인 그의 아들 이고르 타벨라 씨를 인터뷰했다.
돌로미테 지역에서 열리는 최대의 그란폰도 행사인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www.maratona.it)의 초창기 주최멤버였던 에두아르드 타벨라 씨와 현재의 주최멤버인 그의 아들 이고르 타벨라 씨를 인터뷰했다.

왜 부인과 함께 즐기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내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면서, “아내는 바다를 좋아해서 바닷가로 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Happy wife, happy life!!!”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내의 행복은 남편들의 영원한 숙제인 듯하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 (Marathona dles Dolomite)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www.maratona.it, 이하 마라토나)는 돌로미테 지역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그란폰도다. 이 행사는 본지 8월호부터 소개하고 있는 돌로미테 지역의 스펙터클한 경치를 자랑하는 7개의 고개를 넘는 원데이 사이클링 이벤트다. 마라토나 행사는 매년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9000명 정도가 참여한다고 한다. 필자는 마라토나 행사를 처음부터 주관해 온 멤버인 에두아르드 타벨라(Eduard Tavella) 씨를 만나 행사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돌로미테
돌로미테

역사

첫번째 행사는 1987년 7월 12일, 알타 바디아 라이파이젠 사이클링 클럽(Alta Badia-Raiffeisen Cycling Club)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166명의 라이더가 돌로미테의 7개 고개 175㎞를 라이딩한데서 시작되었다. 1989년에는 파쏘 쟈우의 폭설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었고, 너무 많은 인원의 참가로 인해 급기야 2004년부터 추첨에 의해 참가자를 9000명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코스구성

코스는 가장 짧은 젤라론다 코스(Sellaronda course), 중간급인 미들 코스(Milddle Course), 가장 길고 어려운 마라토나 코스(Maratona course)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라 빌라(La Villa)에서 출발해 젤라론다 코스의 4개 언덕을 넘는다. 여기서 젤라론다 코스 참가자는 바로 골인지점으로 들어가면 되고 미들 참가자는 팔자레고(Falzarego)와 발파로라(Valparola)를 넘어야 한다. 마라토나 코스 참가자는 젤라론다 코스 통과 후 쟈우 고개를 먼저 넘고 난 뒤 팔라레고와 발파로라를 넘는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의 코스맵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의 코스맵

현재의 코스는 15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이전 행사까지는 매년 코스가 바뀌었다고 한다. 에두아르드 씨의 말에 의하면, 참가자에게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자 매년 코스를 다르게 설계했는데, 참가자들은 일단 출발하면 대부분 땅만 보고 달려서 코스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리 비경쟁 라이딩이라고는 하지만 개인 기록 욕심이나 경쟁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초기는 길이가 200㎞에 가까운 비교적 어려운 코스였는데, 지금은 대중화를 위해 많이 쉬워진 것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 138㎞ 코스도 언덕이 7개나 되어 만만치 않은데 이게 쉬워진 코스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사고에 대한 대비

행사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사고다. 그래서 사고에 대한 대비와 조치에 대해 물어보니,  지금까지 참가선수 사망사고가 2번, 자원봉사자 사망사고도 1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외 자잘한 사고는 수없이 많았다. 예상대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으로 해결하는데, 주최자가 단체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보험가입을 한 후 참가 신청 시에 보험가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체력적인 부분을 보장하는 의사가 발급하는 건강검진서도 제출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도 별도 보험이 있어 거기에 가입한다. 보험이나 건강검진서는 주최측과 보험사, 병원에서 관련 제도가 있어야 하는 등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국내에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사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이클링 스포츠에서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원천적으로 사고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사고 발생 시에 우려되는 손해에 대해 미리 보험을 가입하고 그 범위 내에서 보상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3) 몬테 아베라우(Monte Averau) 코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단체나 자전거 관련회사 또는 동호회를 주축으로 자전거 이벤트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주최측이 무한대로 져야 한다면 이러한 이벤트는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출처 : www.maratona.it 

글·사진 엄기석(blog.naver.com/coursereview)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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