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마지막회)

바이크조선

입력 : 2015.01.14 11:17 | 수정 : 2015.01.14 11:20

해발 2758m, 75개의 헤어핀, 3개의 언어 통용
지로 디 이탈리아의 영원한 ‘시마 코피,’ 스텔비오 고개

Stelvio의 출발점인 프라드(Prad). 아래쪽은 설산을 배경으로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다. 오른쪽 표지판에 고갯길 통제 정보가 있다
Stelvio의 출발점인 프라드(Prad). 아래쪽은 설산을 배경으로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다. 오른쪽 표지판에 고갯길 통제 정보가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고개에 속하는 스텔비오 고개는 75개의 헤어핀 코너가 장관이다. 스위스 국경과 인접해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어가 공존하며 고개 정상에서 만나는 세계의 사이클리스트와 자전거 기념품가게가 지로 디 이탈리아의 영원한 ‘시마 코피(Cima Coppi)’를 증명한다.

파쏘 델로 스텔비오(Passo dello Stelvio) 코스

| 길이 |  74㎞
| 소요시간 |  4~5시간
| 총상승고도 |  1962m
| 주요 경로 |  프라드(Prad, 950m) - 파쏘 스텔비오(2758m) - 움브라일 고개(Umbrail pass) -
                  산타마리아 발 무스테어(Santa Maria Val Mustair) . 슬루데르노(Sluderno) - 프라드(시계방향 순환)

스텔비오를 오르는 길에 건너다보이는 샤프베르그스피체 산(3306m)
스텔비오를 오르는 길에 건너다보이는 샤프베르그스피체 산(3306m)

이탈리아 사이클링 투어의 마지막은 파쏘 스텔비오(Passo Stelvio, 독일어로는 스틸프세르요치-Stilfserjoch) 정했다. 스텔비오는 남부 티롤의 스틸프스(Stilfs)와 손드리오(Sondrio) 지방의 보르미오(Bormio) 사이에 있는 고개다. 이 고개는 동부알프스에서 포장된 도로로는 가장 높으며, 알프스 전체에도 두 번째로 높다. 백두산(2750m) 꼭대기보다도 더 높다.

스텔비오 언덕길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는 고마고이(Gomagoi)에 있는 스키하우스. 여기를 지나면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스텔비오 언덕길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는 고마고이(Gomagoi)에 있는 스키하우스. 여기를 지나면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알프스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개

이 고개에서 스위스 국경과는 불과 200미터 거리다. 그래서 이 고개에서는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만시어(스위스 국어) 3개 언어를 들을 수 있으며, 3개 언어가 사용된다는 뜻에서 ‘3개 국어 봉우리’(Three Languages Peak. 독일어는 Dreisprachenspitze, 드라이스프라헨스피츠)라고 불린다. 이 고개는 1820~5년에 롬바르디아와 오스트리아를 연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제국에 의해 처음 건설되었고, 75개의 헤어핀 코너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헤어핀으로 유명한 스텔비오 언덕길. 프라드에서 정상까지만 해도 48개의 헤어핀이 있다
수많은 헤어핀으로 유명한 스텔비오 언덕길. 프라드에서 정상까지만 해도 48개의 헤어핀이 있다
스텔비오 고개는 1953년 이탈리아의 사이클 영웅 파우스토 코피가 스위스 선수인 휴고 코블렛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지로 디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대회 코스에 포함됐다. 이후로 대회 코스로 종종 포함되었는데, 스텔비오 고개가 코스로 포함되는 해에는 이 고개가 ‘시마 코피(Cima Coppi)’가 된다. 시마 코피란 파우스트 코피(1919~1960)를 기리기 위해 1965년부터 매년 지로 디 이탈리아 대회 코스의 가장 높은 고개에 붙이는 별칭이다. (역대 시마 코피 리스트는 http://en.wikipedia.org/wiki/Cima_Coppi 참조)
표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표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년 8월 말 경 스텔비오 고개에는 Stelvio Bikeday(http://www.stelviobike.eu/) 행사가 열린다. 이날 하루 동안은 도로를 완전히 통제하고 8천명의 사이클리스트가 스텔비오 라이딩을 즐긴다.

라이딩은 스텔비오 골짜기에 위치한 프라드 마을에서 시작한다. 마을 외곽의 작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자전거로 출발하면 많은 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는 계곡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게 된다. 초반부는 경사가 매우 완만해서 힘들지 않으나,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고 업힐 거리만 24.3㎞에 이르는 긴 고개를 오른다는 심적 부담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페달링한다.

스텔비오 정상에 이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햄버거 파는 아저씨
스텔비오 정상에 이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햄버거 파는 아저씨
길옆 산비탈에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같은 침엽수림이 큰 키를 자랑하며 자라고 있다. 아직 나무들에 가려 스텔비오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체감되지 않고 그냥 여느 언덕을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경사도도 4~7% 사이를 보이고 있어 부담되지 않는다. 눈을 덮어 쓴 설산은 아직 고개를 들어 저 멀리를 바라봐야 한다. 푸른 숲과 높은 설산이 어우러진 경치는 언제 봐도 시원하다.
동부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스텔비오는 지로의 단골 시마 코피(Cima Coppi)다
동부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스텔비오는 지로의 단골 시마 코피(Cima Coppi)다

해발 1200m 이상 넘어가면 숲이 사라져

해발 약 1200m에 위치한 고마고이(Gomagoi)에 이르면 스키하우스에 해당하는 호텔이 있다. 여기를 기점으로 계곡은 한번 크게 꺾이게 되고, 또한 이 지점 위로는 나무를 찾아 볼 수 없어서 우리가 도달해야할 스텔비오의 정상이 아련한 고도에서 손짓하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지만, 다행히 라이딩한 날은 날씨가 정말 쾌청한데다 솜털구름이 곳곳에 두둥실 떠올라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정상에 올라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쾌하다
정상에 올라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쾌하다

이 지점부터는 곳곳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높은 기온 탓에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출발했는데, 눈이 바로 옆에 보이는 고도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 춥지 않다. 오르막이라 몸에서 열이 나는 탓도 있고, 눈이 있지만 기온은 꽤 높은 편이어서 참을만하기도 하다. 정상에서는 기온이 더 내려갈 것이고, 다운힐에 대비해 방풍재킷 정도는 꼭 챙겨야 한다. 기상상태에 따라 워머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 라이딩 한 날씨는 정말 좋은 편이어서 방풍재킷하나로 끝!

라이딩 한 날이 지난 6월 12일인데, 여름까지는 계속 기온이 올라가므로 더 늦은 시기에 온다면 눈은 더 위로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마을을 둘러싼 성벽과 오래된 나무다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슬루데르노 마을
마을을 둘러싼 성벽과 오래된 나무다리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슬루데르노 마을

말 그대로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이제는 설산과 눈높이가 같아졌고, 고마고이 스키하우스는 저 아래로 내려갔다. 수없이 거쳤던 헤어핀 코너들이 용틀임하듯 산록에 걸쳐 있다. 체감경사도도 상당해서 한번 구르면 스키하우스까지 떨어질 것 같다. 길 위에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 스텔비오를 오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지나쳐 올라가는 라이더들은 “챠우!”라고 응원해준다.

고개 넘어 스위스 쪽으로 다운힐

어느덧 스텔비오 정상에 다다른다. 먼저 올라와 있던 라이더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해도 지금 막 도착하는 라이더에게 박수를 보내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햄버거를 파는 아저씨의 손수레다. 떠들썩한 입담과 능숙한 솜씨로 소시지를 구워 야채와 함께 속을 채운 햄버거는 스텔비오를 오른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마침 점심때도 되었고 해서 우리도 점심삼아 햄버거를 사먹었다. 스텔비오 정상에는 자전거와 관련된 기념품 가게들과 호텔, 레스토랑이 있다.

1250년에 지어진 후르부르그 성. 중세시대 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250년에 지어진 후르부르그 성. 중세시대 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한참동안 스텔비오 언덕길과 설산, 구름을 바라보며 감흥에 젖어 있다가, 천천히 다운힐을 준비한다. 스텔비오 정상에서 200m를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회전하면 가비아(Gavia) 쪽으로 가게 되고, 우회전하면 스위스로 넘어간다. 우리는 스위스 방향으로 내려간다. 만일을 대비해 여권을 챙겨왔으나, 국경에는 아무도 없다.

비구름이 서쪽에서 몰려왔는지, 조금 전 스텔비오 정상은 옅은 구름에 쾌청한 날씨였는데, 스위스 쪽으로 다운힐을 시작하자마자 옅은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쫓아오는 비를 피해 다운힐 속도를 붙여 내려가니 산타마리아 발 뮈스테어(Santa Maria Val Mustair) 마을이 나온다. 계속 다운하면 뮈스테어(Mustair)라는 국경 마을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넘어오게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슬루데르노(Sluderno)에 이르게 된다. 슬루데르노는 매우 오래된 마을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을 자체가 관광지인 곳이다. 아주 오래된 나무지붕이 있는 다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마을을 둘러 싼 성벽과 건물도 보수를 거쳐 지금도 활용된다. 마을 외곽 언덕 위에 1250년에 지은 후르부르그(Churburg) 성이 유명하다.

표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표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르부르그 성(Castle Churburg)
www.churburg.com

이탈리아어로는 코이라 성(Castle Coira), 독일어로는 후르부르그 성(Castle Churburg)으로 불린다. 1250년 중세에 지어진 성으로 남부 티롤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성이다. 1504년 이후로 트라프(Trapp) 백작 가문의 소유로 되어있다. 원래 설계도에 따라서 충실히 재건되었고, 이 가문의 가족들은 요즘도 일정 기간 이 성에 거주한다.

석고가 칠해진 좁은 출입구가 예전 성의 생활이 어떠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반드시 안내자를 따라서만 성 내를 구경할 수 있으며,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르네상스시대의 둥근 천장과 아치모양의 출입구, 로만티크 양식의 예배당, 16세기 야곱의 방, 초상화가 걸린 방 등이 볼만하다. 예전 성주의 온갖 무기들이 보존된 무기고도 볼거리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마지막회)

글·사진 엄기석(www.bike-explorer.kr)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5년 1월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저작권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바이크조선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Copyrights ⓒ 자전거생활(www.bicyclelife.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