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시대가 온다? 아니, 왔다!

글·사진=월간 자전거생활 대표 김병훈

입력 : 2016.12.20 16:15

200년을 헤아리는 자전거 역사에서 2016년은 이상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성장을 거듭해온 자전거 업계 전반에 브레이크가 걸린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오랜만의 후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매출은 물론 판매 대수도 줄었다. 전년 대비 하락세는 국내는 20% 내외, 세계적으로도 10%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업체 중에는 30% 이상의 매출 감소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곳도 적지 않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한 가지 원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불경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5% 내외의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지는 이미 10년을 훌쩍 넘는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침체를 말할 때 드물게 성장을 구가한 분야가 바로 자전거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기록적인 대폭락이 일어났다. 자전거 인구 1,000만 시대 어쩌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엔 가장 큰 장애물인 오르막 주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엔 가장 큰 장애물인 오르막 주행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보급에 한계가 온 일반 자전거

자전거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다. 70년대 오일쇼크 때는 반사이익을 보았고, 80년대 중반부터는 산악자전거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부흥기를 맞았다. 21세기 들어서도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 폭발로 자전거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올해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원인은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일반 자전거의 보급이 한계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 자전거만이 유독 성장하자 수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전거 시장은 과당경쟁, 가격하락, 이익률 저하의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신 품질과 성능은 좋아지고 수명도 늘어나면서 신규 수요는 점차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어 비싼 고급 자전거 판매량은 더욱 줄었다.

그런데 일반 자전거 판매가 줄어든 만큼 늘어난 분야가 있으니 바로 전기자전거다.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우리나라도 해당)가 많아 통계가 누락되면서 일반 자전거만이 판매가 준 것으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

고령화와 기술 발달이 직접 계기

그렇다면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시장의 새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분석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인구 구성의 변화다. 고령화와 함께 출산율 저하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급감하고 있다.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된 산악자전거의 등장 이후 전문 ‘동호인’ 문화가 활성화되었는데 이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체력적 한계에 부닥쳐 고급 자전거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신규 수요를 창출해야 할 젊은 층도 숫자가 줄고 경제력이 부족해 시장 하락을 가속화 한다. 이럴 때 전기자전거는 고령자에게 다시 자전거를 즐길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기술 발달도 전기자전거를 괄목상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특히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소형, 경량화된 것이 결정적이다. 전기자전거의 핵심 부품인 모터도 소형화 경량화 되고 있고 둘 다 가격은 하락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도 전기자전거의 강점이다.

일반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 자동차의 발전과 보급은 전기 자전거에 대한 호감에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는 엔진과 달리 친환경적이라는 인식도 전기자전거를 긍정적으로 보는 안목을 뒷받침해준다.

세계적인 자전거 전시회를 점령한 전기자전거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자전거가 전체 자전거 판매의 20~30%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한계에 이른 일반 자전거의 보급과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를 혁신할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개인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까지 포함하면 바야흐로 ‘E-WHEEL’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자전거 산업의 최첨단과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국제 규모의 자전거 전시회가 두 가지 있다.

자전거 산업에서는 최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매년 3월 열리는 ‘타이베이국제자전거쇼’ 그리고 자전거의 보급과 활용에서 최선진국인 독일에서 8월에 열리는 ‘유로바이크(Eurobike)’다.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 / 출처:KB 지식비타민-스마트 모빌리티 현황과 전망

올해(2016년) 열린 이들 전시회의 주력 테마는 놀랍게도 하나같이 ‘전기자전거(e-bike)’였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전기자전거는 이들 전시회의 주요 테마로 등장해서 머지않아 전기자전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견하게 했지만, 올해는 전시회 전체에서 전기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50%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확장세를 보였다. 유명한 완성 자전거 브랜드는 대부분 전기자전거를 선보였고, 세계 최대의 자전거 부품업체로 자전거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일본의 시마노(Shimano)도 마침내 전기자전거 부품을 내놓았다.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시회와 주요 브랜드가 이처럼 전기자전거를 많이 선보였다는 것은 이미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는 전기자전거의 시대가 될 것을 말해준다. 다만 국내에서만 인식 부족과 편견, 관련 법규의 미비 등의 이유로 전기자전거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의 자전거 시장은 연간 약 200만대인데 전기자전거는 2만 대 정도로 점유율이 1%에 그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아직 보급이 미진하기 때문에 그만큼 전기자전거의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몇 가지 살펴보자.


	전기자전거 시대가 온다? 아니, 왔다!

* 전기자전거는 운동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오토바이 같은 스로틀(Throttle) 방식은 페달링이 필요 없어 운동이 거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페달링을 돕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은 일반 자전거보다 힘은 훨씬 덜 들지만 페달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운동이 된다. 조금 더 편하게 더 멀리, 장시간 동안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적으로도 PAS 방식은 법적으로도 자전거로 인정받고 있다.

* 주행거리가 짧아 장거리는 불안하다?
배터리 성능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많이 해결되었다. 전기자동차가 떠오르는 것도 배터리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또 하나 전기자전거의 주행거리에서 유의할 점은 자동차의 연비와 마찬가지로 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도 경제속도로 정속 주행을 하면 제원보다 더 좋은 연비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전기자전거도 어시스트 강도를 낮추고 가능하면 페달링을 많이 하면서 적정 속도로 달리면 제원상의 주행거리 이상을 달릴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80~90km 주행이 가능한 제품도 나와 있다.

* 배터리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이것이 바로 전기자전거가 오토바이나 스쿠터와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전기자전거에는 페달이 달려 있고 모터와 배터리가 최소화·경량화되어 있어서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페달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장거리는 무리지만 단거리는 라이딩이 어렵지 않다.

* 너무 무겁고 디자인이 떨어진다?
그동안 전기자전거의 단점으로 지적된 대표적인 것이 무게와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에서 무게 비중이 높은 배터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이 경량화되었다. 지금은 보급형 생활자전거 무게와 큰 차이가 없는 15~18kg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디자인도 배터리와 모터가 작아지면서 얼핏 보아서는 일반자전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 모터 소음이 난다?
전기 모터의 가장 큰 장점은 소음이 적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너무 조용해서 일부러 약간의 소음이 나도록 만들 정도다. 전기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음이 약하게 들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옆에서 지나가도 전기자전거를 알아채기 어렵다. 전기자전거에서 소음은 걱정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랑거리다.

* 법적인 지위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자전거가 법적으로 ‘원동기부착 자전거’로 분류되어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수 없고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나라도 관련법이 계류 중이다. 빠르면 2017년 상반기 중에 이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며, 그렇게 되면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운전면허 없이 탈 수 있고 자전거도로도 달릴 수 있다.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꿔주는 키트 제품도 나와 있다. 사진은 산악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한 경우
일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꿔주는 키트 제품도 나와 있다. 사진은 산악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개조한 경우

이번에는 전기자전거만의 장점을 알아보자.

* 노약자도,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도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이는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전기자전거의 부흥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또 언덕과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에도 잘 맞는다.

* 몸이 편해지면 더 많은 것을 보다 깊게 많이 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가 여행용으로 특히 각광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일반 자전거를 오래 타면 체력이 떨어져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줄어드는데, 전기자전거는 체력소모가 적어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같은 힘으로 평소보다 몇 배 더 멀리 갈 수 있어 공간적 범위도 확대된다.

*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전기자전거는 배터리 충전에 전력이 소요되지만 1회 충전 비용이 50~100원 정도로 낮아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 100% 클린 에너지, 친환경적이다.
운행 과정에서 아무런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 교통수단으로 자전거의 본질과 상통한다.

* 갈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성능은 좋아지는, 미래지향적 특성을 갖는다.
전기자전거의 핵심은 배터리와 모터인데, 특히 배터리는 시간이 갈수록 크기는 줄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100만원 대 초반이면 최신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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