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4) 트레 치메(Tre Cime)코스

바이크조선

입력 : 2014.11.21 09:52 | 수정 : 2015.01.14 11:22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공존하는 지역, 트레 치메(Tre Cime)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의 언어경계선을 이루는 크로이츠베르크패스(1636m) 정상에서의 다운힐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의 언어경계선을 이루는 크로이츠베르크패스(1636m) 정상에서의 다운힐

돌로미테 북부 지역 라이딩은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과거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이었던 크로이츠베르크는 이탈리아어와 독일어의 언어경계선으로, 문화도 다르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4) 트레 치메(Tre Cime)코스

트레 치메 (Tre Cime) 코스

길이 |  93㎞
소요시간 |  4~5시간 
주요 경로 |  Misurina(1756m) → Col Sant' Angelo(1756m) → Schluderbach(1437m) → Toblach(1239m) →
Sexten(1310m) → Moos → Kreuzbergpass(1636m) → Padola(1215m) →
Zovo/Sant' Antonio Pass(1482m) → Auronzo di Cadore(864m) → San Marco(시계방향 회전)

란도 호수 인근에서 바라본 트레 치메
란도 호수 인근에서 바라본 트레 치메

돌로미테에서 가장 경이로운 바위산 트레 치메(Tre Cime). 세 개의 거대한 봉우리인 트레 치메는 치마 그란데(3003m), 치마 오베스트(2972m), 치마 피콜로(2856m)로 이루어져 있다. 수직 길이만 600m가 넘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를 저녁 무렵에 로카탈리 산장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무는 해의 기울기에 따라 분홍빛에서 자줏빛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의 색깔에 압도당한다.

1919년까지 트레 치메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이었다. 지금은 이탈리아 남부티롤과 벨루노 지방의 경계인데 아직도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의 언어경계를 이루고 있다. 치마 그란데 초등은 1869년 8월 21일 폴 그로흐만(Paul Grohmann)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번 투어에서는 미수리나 호수에서 콜 산탄젤로(Col Sant'Angelo) 방향으로 다운했다.
이번 투어에서는 미수리나 호수에서 콜 산탄젤로(Col Sant'Angelo) 방향으로 다운했다.

천국의 풍경 미수리나(Misurina) 호수

사이클링 코스는 트레 치메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미수리나(Misurina) 호수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93㎞ 구간이다. 미수리나 호수는 돌로미테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탈리아의 유명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는 미수리나 호수를 구경하고는 그 아름다움에 반해 “Il lago di Misurina(미수리나 호수)”라는 노래를 지었다.

미수리나 호숫가 벤치에 앉아 클라우디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게 된다. 저 앞 다른 벤치에 인생의 역정을 거쳐왔을 백발의 노인들이 나란히 앉아서 흰 눈이 쌓인 높은 산이 건너보이는 호숫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천국의 풍경 같다.

미수리나 호수는 1956년 Cortina d'Ampezzo(코르티나 담페초, 베네토 주에 있는 휴양도시)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됐는데, 이때가 자연빙에서 열린 마지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였다.

미수리나 호수 라이딩은 다운힐로 시작한다. 눈 덮인 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햇살은 따가워 반팔에 반바지 차림도 문제없다. 넓은 목초지 가장자리에 핀 민들레는 홀씨를 날려 보내고 있다. 이제 막 라이딩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안장에 앉아 완만한 경사를 내려가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휘휘 둘러보는 순간, 이 느낌이 너무 좋아 남은 코스가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파돌라 마을을 지나 산 안토니오 패스(1482m)를 넘어 다운힐
파돌라 마을을 지나 산 안토니오 패스(1482m)를 넘어 다운힐

다운힐하다가 란도(Lando) 호수 인근의 넓은 유채꽃밭을 전경으로 하는 트레 치메의 풍경 또한 압권이다. 유채꽃밭 사이로 자전거 길이 나 있어서, 꽃밭길 사이로 달리는 모습 뒤로 멀리 트레 치메가 바라보인다.

다운힐 도중에 있는 토블라커(Toblache. 이탈리아에서는 lago di dobbiaco라고도 한다) 호수(www.toblachersee.com)는 인근 주민들의 조용한 휴식처로 잘 알려진 곳이다. 호수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캠핑장이 마련되어 있고, 산악자전거 코스와 겨울철 눈썰매 등의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북쪽으로 향하던 길은 도비아코(Dobbiaco) 마을에 이르면 삼거리가 된다. 우회전하여 동쪽으로 E6번 도로를 따라가면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리엔츠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라이딩 할 코스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가기 전에 산 칸디도(San Candido)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크로이츠베르크패스(Kreuzbergpass)를 올라야 한다.

1 크로이츠베르크패스를 내려가면 만나는 첫번째 마을 파돌라. 따뜻한 햇살이 보다 더 이탈리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2 파돌라의 목가적인 전원풍경 3 
비현실적이게 아름다운 풍경
1 크로이츠베르크패스를 내려가면 만나는 첫번째 마을 파돌라. 따뜻한 햇살이 보다 더 이탈리아다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2 파돌라의 목가적인 전원풍경 3 비현실적이게 아름다운 풍경

독일어와 이탈리아어의 언어경계선

세스토(Sesto)와 모쏘(Moso)를 지나 크로이츠베르크패스로 향해 가는 내내 오른쪽으로는 트레 치메 산군의 눈 덮인 암봉들이 멋진 경치를 자랑하고 있고, 가깝고 낮은 산에는 침엽수림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크로이츠베르크패스는 독일어이고, 이탈리아어로는 파쏘 몬테 크로세 디 코메리코(Passo Monte Croce di Comelico)라고 한다. 옛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의 고갯길로 길이 15.5㎞의 긴 오르막이지만 평균경사도가 2.9%밖에 되지 않으므로 오르는 듯 마는 듯 하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의 고도도 1636m로 높지 않고 밋밋해 큰 감흥은 없다. 그러나 이 고개는 트레 치메와 연결되는 능선으로 독일어권과 이탈리아어권을 가르는 언어경계선을 이룬다.

미수리나(Misurina) 호수 위로 트레 치메(Tre Cime) 바위봉우리들의 모습이 우뚝하다.
미수리나(Misurina) 호수 위로 트레 치메(Tre Cime) 바위봉우리들의 모습이 우뚝하다.

크로이츠베르크패스는 2007년과 2011년 지로의 코스에 포함되었던 언덕이다. 2011년에는 14 스테이지에 포함되었는데, 오늘 라이딩 코스에서 산 칸디오(San Candido)에서부터 아우론조 디 카도레(Auronzo di Cadore)까지가 같은 코스다. 그 당시 지로는 마지막에 악명 높은 존콜란(Zoncolan) 언덕에서 피니시해야 했다.

문화적 경계선이라는 게 정말 묘하다. 고개의 높이로 보자면 그다지 높은 것도 아닌데, 고개 정상을 지나 내려가면서부터 벌써 햇살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느낌은 고개를 내려가면서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인 파돌라(Padola)에 이르면 더욱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집들은 북쪽에 비해 낡았지만 사람들은 더욱 유쾌하고 친절하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가 스파게티로 점심을 먹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4) 트레 치메(Tre Cime)코스

시골마을의 좁다란 산길 Sant' Antonio Pass(1482m)

파돌라에서 산 안토니오 패스(Sant' Antonio Pass, 1482m)를 넘어 아우론조 디 카도레로 가는 길은 좁다란 시골 산길이다. 산길 옆으로 키 큰 침엽수림이 빽빽해 주변 경치는 볼 수 없으나 한적한 산길의 신선한 공기는 마음껏 마시며 라이딩 할 수 있다.

급경사의 다운힐을 마치면 호숫가의 아름다운 마을 아우론조 디 카도레에 다다른다. 아우론조  마을의 호수 산타 카테리나(Santa Caterina)는 석회성분이 많아 진한 옥색을 띠고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호수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잘 나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주말을 맞아 호숫가로 나와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미수리나 호수가 있는 언덕 정상에서 출발했기에 라이딩 후반부는 업힐로 끝난다. 아우론조에서 한동안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평지를 달리다가 마지막에 점점 경사가 급해지는 업힐은 체력을 바닥내기에 충분했다.

아우론조 디 카도레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산타 카테리나 호수
아우론조 디 카도레 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산타 카테리나 호수
돌로미테 산악문화의 중심지 코르티나 디 암페초(Cortina d'Ampezzo)
돌로미테 산악문화의 중심지 코르티나 디 암페초(Cortina d'Ampezzo)

▣ 돌로미테 산악문화

사이클로 즐기는 돌로미테도 재미있지만, 세기의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를 배출한 돌로미테는 오래전부터 트레킹과 클라이밍으로 보다 더 유명하다. 돌로미테에서 가장 유명한 코스는 오르티세이에서 시작해 약 일주일간에 걸쳐 돌로미테를 횡단해 트레 치메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코스인데,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코스
오르티세이(Ortisei) → 발 가르데나(Val Gardena) → 프라토 피아자(Prato Piazza) → 트레 치메(Tre Cime)

여행적기 : 6월부터 10월까지(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가 적기인데, 이 기간에는 전 구간 산장 예약이 필수이다)

여행팁 : 돌로미테는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어 있는 대신 곳곳에 산장이 있다. 대부분의 산장은 샤워가 가능하고 음식과 와인을 판매한다. 기본적으로 담요가 제공된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4) 트레 치메(Tre Cime)코스

돌로미테 산악문화의 중심지는 코르티나 디 암페초(Cortina d'Ampezzo)인데, 겨울 스포츠와 관련된 스키장, 숙박, 숍이 많이 있다. 이 지역에서는 아프레 스키(apre's-ski)가 유명한데 이는 ‘after-ski’라는 뜻으로 스키복을 입은 채 바에 들러 한잔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The Pink Partner”라고 하는 고전 코메디와 1981년에 개봉된 제임드 본드 영화 ‘For your eyes only’에서 로저 무어가 스키를 타고 오토바이와 질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산악영화 클리프 행어(Cliff hanger) 배경이기도 하다.

▣ 돌로미테 여행정보
www.visitdolomites.comwww.altabadia.org

이탈리아 돌로미테 사이클링 투어 (4) 트레 치메(Tre Cime)코스

글·사진 엄기석 http://www.bike-explorer.kr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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