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사이클팀 선수를 피팅하면서 클릿 세팅 모양을 보고 조금 의아했다. 이유는 위치, 각도, 너비 등 뭐하나 맞는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예 무시한 각도 값이다. 클릿 장착은 누가 했는지 묻자 본인이 직접 했다고 답했고, 각도 조정을 한 근거는 무엇인가를 묻자 단지 무릎을 붙여서 타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그중 특히 관심 있게 살펴본 부분은 클릿의 앞뒤 조정값이었다. 이것 역시 특별한 기준 없이 조정한 것으로 보였다.
지난 2회 기고 내용에서 클릿의 좌우값, 회전값에 대해 언급했다. 다시 정리하자면 클릿의 좌우값은 고관절의 위치와 Q-각에 의한 페달의 너비와 관련 있고, 보행 각도에 따라 클릿 회전값을 달리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오늘은 클릿의 전후값을 조정하기 위한 내용을 다루기로 한다.
클릿의 전후값을 조정한다는 의미는 자전거에 어느 정도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지에 관여하는 대표적인 피팅과정이다.
대부분 라이더들은 클릿의 좌우, 회전 조정에 대해서는 사실 포기해버린다. 이유는 생각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면 전후값은 안장높이와 관련이 있어서 클릿 전후조정을 직접 시도해본다. 그렇지만 기준이 어디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다.
이번 기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답”은 “중족골”이다. 부제목을 달아 보자면 “대퇴근들을 모두 일하게 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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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퇴근의 움직임을 손으로 느껴보면서 페달링 시 대퇴근들의 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
간단히 실험해보면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발가락 앞부분만을 바닥에 대고 페달을 밟듯이 강하게 누른다. 이때 두 손은 대퇴부 상단을 감싸 쥔다. 손을 감싸 쥐는 이유는 대퇴근들의 움직임을 손바닥으로 느끼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발의 중족골 부분을 바닥에 대고 위와 같은 동작을 해본다. 이때도 역시 손바닥에 오는 느낌을 잘 기억한다. 두 가지 실험 방법을 번갈아 가면서 해보면 중족골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부제목의 의미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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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그림 붉은색 처리한 뼈들이 중족골이다. 뒤로 음영처리한 클릿의 모양을 보면 클릿의 앞뒤위치를 이해할 수 있다.
대퇴근의 활용률을 높이려면 결국 중족골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50대 남성이 종아리 통증 때문에 피팅을 하게 되었는데, 클릿이 지나치게 앞에 있던 것이 통증의 원인이었다. 클릿이 앞으로 위치하게 되면 중족골 보다는 발가락으로 페달링을 해야 하므로 페달링 시 대퇴근보다 종아리 근육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게 되고 장시간 라이딩에 의한 근육피로로 결국 근육부상을 입게 된다. 이 경우 간단한 클릿 미세조정을 통해 종아리 통증을 쉽게 개선할 수 있다. 엉덩이부터 발끝까지의 근육들이 협응해서 작용하게 되면 근육의 피로를 줄이면서 파워풀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기준을 중족골로 하면 즉시 페달링의 토크나 RPM이 개선된다. 여기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정확한 페달링 기술이다. 페달링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자세히 기술하도록 하겠다.
평페달을 사용하는 라이더들도 중족골을 중심으로 페달 정중앙에 발을 위치시키면 페달링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자전거 페달링 시 클릿 사용자와 평페달 사용자 중 어느 쪽이 무릎이나 고관절에 부상이 많을까? 객관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평페달 사용자가 부상의 위험이 좀 더 높다. 정확하게 고정된 페달링 자세를 유지하는 클릿 사용자에 비해 잘못된 페달 포지션으로 오랫동안 라이딩을 하는 평페달 사용자가 무릎이나 고관절 부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클릿 사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확한 자세와 안전한 라이딩 습관이 전제된다면 자전거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클릿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사진 손경환
•수원여자대학교 레저스포츠과 교수
•ABI(Academy of Bike Industry)수석부회장
•FITVELO Bike fitting director(http://fitve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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