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환의 자전거 피팅 교실 (8) KOPS, 참치회와 광어회, 지근과 속근

글·사진=손경환 수원여자대학교 레저스포츠과 교수

입력 : 2017.01.03 13:37

오늘은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얼마 전 한 교육생이 KOPS의 과학적 원리를 물었다. ‘그림 1’처럼 KOPS(Knee Over Pedal Spindle)는 페달 스핀들과 무릎 위치의 상관관계에 관한 원리를 의미한다.


	그림1. 페달스핀들 라인과 무릎라인을 조정하는 기준을 KOPS라고 한다.
그림1. 페달스핀들 라인과 무릎라인을 조정하는 기준을 KOPS라고 한다. / (출처:http://www.ilovebicycling.com/)

많은 라이더가 무릎 라인이 스핀들 라인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질문한 교육생은 본인은 대퇴골이 길어 어쩔 수 없이 스핀들 라인을 넘길 수밖에 없다면서 왜 꼭 그렇게 해야 하냐며 자기를 이해시켜 달라는 것이다. KOPS 원리는 세계에서 활동하는 많은 자전거 피터가 활용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는 과학적 원리에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대원칙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 지금부터 이해를 돕기 위한 내용을 기술하도록 하겠다.

다음 그림을 보면 KOPS를 완전히 무시한 라이더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2. T.T 자전거의 경우 KOPS를 오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2. T.T 자전거의 경우 KOPS를 오버하는 경우가 많다. / (출처 : http://www.ilovebicycling.com/)

T.T 자전거는 일반적인 로드나 MTB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다음 사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림3. 장거리 선수들과(위) 단거리 선수들의(아래) 근육발달 비교
그림3. 장거리 선수들과(위) 단거리 선수들의(아래) 근육발달 비교 / (출처 : http://m.blog.naver.com/bikeone73/)

위의 사진은 장거리 프로선수들의 다리 사진이고 아래쪽은 단거리 프로선수들의 다리 사진이다. 둘 다 자전거 선수들이지만 목적이 다르다.

제목에 있었던 세 종류의 용어 KOPS, 참치회와 광어회, 지근과 속근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사람은 이글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난데없이 자전거 피팅에 참치와 광어가 등장하나 하면서 의아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는 위 사진들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예제이다.


	그림4. 참치회(적근-지근)와 광어회(백근-속근)
그림4. 참치회(적근-지근)와 광어회(백근-속근)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참치회와 광어회는 보통 서로 다른 색깔이다. 참치회는 모두 붉은색 살이 아니라 흰 살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런데 광어회에는 붉은 살이 없다. 광어는 토착어종으로 천적을 피하기 위한 재빠른 순발력을 낼 수 있는 근육이 필요하고, 참치는 대양을 이동하는 어종으로 오랜 시간 헤엄을 쳐야 하는 근육과 사냥을 위한 순발력을 내는 근육이 필요하다. 참치의 붉은 살은 원거리를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근(지근), 흰 색 살은 순간의 순발력을 낼 수 있는 백근(속근)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사람의 근육은 어류와 다를까? 모양은 다르지만 색의 종류와 기능은 동일하다.


	그림5. 사람의 근섬유 단면
그림5. 사람의 근섬유 단면 / (출처 : http://karzer9.tistory.com/)

위의 그림은 사람의 근섬유 단면이다. 붉은색 근육분포가 많은 근육과 흰색 근육분포가 많은 근육에 따라 근육의 특성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사람의 근육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지만 붉은색과 흰색의 분포 정도에 따라 속근과 지근으로 나뉜다. 사람에게 긴 근육들이 지근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으며, 짧은 근육들이 속근에 해당한다. 자전거는 신체 근육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운동이지만 특히 하체 근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체는 크게 엉덩이근, 넓적다리근, 종아리근 정도로 구분하며 특히 엉덩이근과 넓적다리근의 작용에 따라 피팅의 중요한 근거를 둔다. 엉덩이근은 하체 근육 중 에너지원이 가장 풍부하고 회복속도도 빠른 적근(지근)에 해당되며, 넓적다리 두갈래근(뒤쪽근)도 근육의 길이가 길고 근섬유가 풍부한 지근에 해당한다. 반대로 넓적다리 네갈래근은(앞쪽근) 근육의 길이가 두갈래근에 비해 짧으며 백근(속근)에 해당된다.

피팅교육기관인 RETUL은 KOPS값을 "로드(0~-10mm), MTB(-20mm~-10mm), TT(+100mm~+50mm)" 이렇게 권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무릎 라인을 페달 스핀 라인을 기준으로 마이너스 값이면 뒤로, 플러스 값이면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림6. 페달링각도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근육의 위치
그림6. 페달링각도에 따라 주로 사용되는 근육의 위치 / (출처 : http://www.telegraph.co.uk/)

무릎 라인이 뒤로 가면 엉덩이근이나 넓적다리 두갈래근 즉 지근(적근)이 주로 움직이며, 무릎 라인이 페달스핀들보다 앞으로 가면 넓적다리 네갈래근 즉 속근(백근)이 주로 움직이는 것이다.

위 선수들의 사진을 보면 내용이 조금 이해될 것이다. 그럼 피팅할 때 KOPS를 대개 마이너스 값으로 세팅하는데 플러스 값은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라이딩의 목적과 주로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질 뿐이다. 다만 넓적다리 네갈래근이 주동근이 될 경우 일반인들은 에너지가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장거리 라이딩과 오르막 라이딩에 적합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넓적다리 네갈래근을 주동근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선수들처럼 근육량을 늘려 주어야 지구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림7. 근육의 최소단위는 근원섬유-근원섬유는 근섬유를 이루는 다발이다.
그림7. 근육의 최소단위는 근원섬유-근원섬유는 근섬유를 이루는 다발이다. / (출처 : http://biosci.tistory.com/)

또 근육량을 늘려 준다는 것은 근섬유의 개수를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최소단위인 근원섬유(거의 세포 수준) 수를 늘려서 근섬유를 비대하게 만들어 주는 과정도 포함한다. 트레이닝 방법에 따라 근원섬유의 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수는 늘어나지 않지만 기능이 강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KOPS만이 지근과 속근 등의 주동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자전거 스타일에 따라 지근과 속근이 바뀐다고 믿고 있는 동호인도 있다. 다시 말해 퍼포먼스 스타일의 자전거와 앤듀런스 스타일의 자전거를 지칭하면서 앤듀런스 자전거 자체가 지구성 위주의 라이딩이 가능한 것으로 믿는 경우이다.

자전거 제조사는 앤듀런스 자전거를 퍼포먼스 자전거와 구분하기 위해 시트튜브를 낮추고 헤드튜브 길이를 늘임으로써 BB드롭을 크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휠베이스를 길게 디자인한다. 또 헤드튜브 각도는 작아서 포크가 길어지며 반대로 시트튜브의 각도는 크게 만든다.(스테이들은 당연히 길어진다) 이에 제조사들은 앤듀런스 자전거가 라이더의 상체를 세워주어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을 줄여주면서 자전거의 조향안정성을 높여주어 전체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위의 글을 잘 읽어 보았다면 자전거의 피팅 값에 의해 충분히 라이딩의 성격이 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앤듀런스 스타일이든 퍼포먼스 스타일이든 그것은 자전거가 가진 특성일 뿐이다.

결국, 어떤 자전거든 어떤 체형이든 피팅 값에 따라 라이딩의 목적과 특징이 달라지며 이러한 피팅 특성을 이해한다면 좀 더 상급의 라이딩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고는 자전거 초급자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긴 글이지만 소개해 본다.

끝으로 자전거 피팅은 그 원리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현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터들은 본인이 최고라는 생각과 자부심으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본인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일 뿐만 아니라 자전거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피터 자신의 한계에도 빨리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서로가 기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피팅을 받는 입장에서도 피터가 추구하는 방향과 피팅을 받는 라이더의 방향이 잘 맞아야 이상적인 피팅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피팅이라고 해서 잘못된 피팅은 아닐 수 있다. 이 문제는 피터와 많은 상담을 통해 자신의 방향성을 피터가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피터는 피팅을 받는 고객의 깊은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명의는 의사 혼자 명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같이 만들어 가듯 훌륭한 피터 또한 그러하다.

글·사진 손경환
•수원여자대학교 레저스포츠과 교수
•ABI(Academy of Bike Industry)수석부회장
•FITVELO Bike fitting director(http://fitve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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