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동호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클릿 사용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러던 중 2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동호인의 클릿을 보게 되었는데 제일 궁금했던 것은 클릿을 누가 장착한 것인가였다. 그 동호인은 샵에서 장착해 주었다는 답변이다.
또 다른 동호인은 본인이 직접 장착했다는 답변이어서 클릿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 신발 바닥에 관심이 있었나요?” 이 질문에 동호인들은 대부분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왜 신발 바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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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 뒷굽의 마모
질문의 요점은 신발 뒷굽의 마모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느냐이다. 신발바닥 뒷굽의 마모상태는 신발 주인의 보행습관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다. 성인 남자들은 구두 뒷굽을 교환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본인의 구두 뒷굽이 어떻게 마모되는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동호인들의 클릿을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어쩌면 그렇게도 전후좌우 정확하게 정중앙에 十자로 장착했는지 놀라웠다.
고관절의 결합모양에서 시작해서 무릎관절과 발목관절까지 관절의 결합 상태와 근육의 상호작용이 사람의 보행습관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八자 모양의 걸음을 걷는데 개인에 따라 정도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八자 걸음을 걷는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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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릿 장착하기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클릿을 정중앙에 十자로 장착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걸음은 八자로 걷고 자전거는 11자로 타는 격이 된다. 이렇게 라이딩 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데 편안하게 선 자세에서 양쪽 엄지발가락만 안으로 모아서 발을 11자로 만들어보면 다리의 어느 부위들에 영향을 주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위 동작을 해보면 양쪽 고관절 앞부분, 무릎 슬개골 안쪽 인대, 발목부위 안쪽 윗부분이 수축하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이런 자세로 고정하여 1시간 이상 보행한다면 앞에서 말한 부위에서 상당한 불편함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 클릿을 十로 정중앙에 정렬시켜 장착했다는 것은 결국 발의 모양을 11자로 정렬시켰다는 의미로, 불편한 11자 보행처럼 라이딩 할 때도 불편한 11자 라이딩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동호인이 클릿을 사용하면서부터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은데 그 원인은 클릿을 장착하는 방법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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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릿의 회전
그렇다면 클릿 장착이 무릎이나 고관절의 불편함에만 영향을 미칠까? 쉬운 예로 육상경기 중 멀리뛰기를 들 수 있다. 점프 직전 구름판에 발을 디딜 때 1자로 디디는 방법으로 더 멀리 점프할 수 있다면 선수 대부분이 구름판에 발을 1자로 디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멀리뛰기에서는 모든 선수가 八자 모양으로 구름판을 딛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보면 클릿 장착이 라이더의 파워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만약 클릿이 정중앙에 十자로 가지런히 장착해야 하는 부품이라면 굳이 지금의 모양이 아니라 육각렌치로 조일 수 있는 구멍 세 개면 충분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클릿을 자세히 보면 클릿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도록 유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릿은 전후, 좌우, 그리고 약간의 회전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크게 세 가지의 유격 값 중 라이더의 보행습관과 관계있는 것은 회전 값이다. 클릿의 육각볼트를 조이기 직전 미세한 클릿의 회전은 클릿 입장에서 볼 때 큰 움직임이 아니지만 뒤꿈치 기준으로는 상당히 큰 움직임이다. 클릿 장착방법은 클릿을 페달에 장착했을 때 발의 모양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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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 뒷굽 마모 위치
그렇다면 신발 뒷굽 마모 정도에 따라 클릿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뒷굽 마모 정도를 1,2,3단계로 정한다. 검정색 원 부위 중심으로 마모가 되었다면 1단, 빨강색은 2단, 파랑색은 3단으로 한다. 클릿 슈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후 좌우로 돌려보면서 가장 안쪽을 0단부터 시작해서 3단계로 가상의 단계를 정한 후 본인의 뒷굽 마모 정도에 맞게 클릿을 여러 차례 회전시켜보면서 적정한 각도에서 고정한다.
물론 전문적인 클릿 각도기를 이용해야만 정확하게 클릿을 장착할 수 있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十자 모양으로 정중앙에 장착하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클릿은 분명한 근거를 통해 장착해야 하는데 많은 동호인이 이런 중요한 근거를 무시한다. 다시 말해 신발 마모정도라는 기초 정보조차도 고려하지 않은 클릿 장착은 효율적인 라이딩은 커녕 부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단순히 신발 마모상태로만 클릿을 조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클릿 조정을 위해서는 양쪽 발의 보행 각도와 모양, 골반의 크기, 좌골의 너비와 Q-angle 등 다양한 정보를 적용하여 회전 값뿐만 아니라 좌우 값, 상하 값 등이 조정되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 밝혀두는 것은 신발 마모상태는 클릿 조정에 고려할 기본 사항이라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하는 11자 모양의 클릿 조정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다음 회에서는 클릿 조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글·사진 손경환
•수원여자대학교 레저스포츠과 교수
•ABI(Academy of Bike Industry)수석부회장
•FITVELO(자전거피팅스튜디오) Bike fitting director
•홈페이지 : http://fitvelo.com
ㆍ 잠깐! 무더운 여름 라이딩 전, 자전거 상태는 살펴보셨나요?
ㆍ ‘자전거’ 이 세 글자에 이렇게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있다니!